■김용석 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과 함께 떠나는 주말고향여행
한반도 땅끝…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쉰다
조선을 지킨 이순신 장군 혼 그대로…내달 2~4일 명량대첩 축제
우수영에 현대문화 접목 수군진성 등 재현…무기전시관도 볼거리

 

세계 해전사 최대 승리라는 기록을 남긴 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지키는데 아주 중요한 전투였다. 해남군은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가을마다 우수영 일대에서 명량대첩 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명량해전 전투장면 재현 모습.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에서 1960년 태어난 김용석 남도일보 경제부장(국장대우)은 ‘고향 땅끝 해남’에 서면 마음보다 먼저 몸이 느낀다.

청정함이 살아있는 자연과 발길 닿는 곳마다 만나는 찬란한 문화유산, 고향을 찾은 듯 사람냄새 폴폴나는 인심까지.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입이 즐거우니 마음까지 즐거움이 절로 따른다.

막혀있던 오감의 느낌을 일깨워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곳.

해남땅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명소들을 찾아 오감만족의 여행을 즐겨보자.

 

 

 

이순신의 혼이 살려있는 울돌목 전경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한 사람이 길목을 막아 지키면 천 사람을 막을 수 있다.”

1597년 음력 9월 16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중과부적의 열세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은 승승장구하던 133척의 왜군 함선을 격파하고 1만여명의 왜군을 물리치는 기적의 대승, 명량대첩을 이루게 된다.

세계 해전사에 유례없는 대승으로 기록되고 있는 명량대첩인 역사의 현장 울돌목에는 여전히 변함없이 회오리 물살이 몰아치고 있다.

해남 우수영과 진도 녹진을 가로지르는 좁은 해협인 울돌목은 이곳의 급류가 서로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마치 바다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명량(鳴梁), 우리말로 ‘울돌목’이라고 불린다. 실제 측정해 보면 평균 10노트, 시속 24㎞의 물살이 흘러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빠른 급류지로 유명한 곳이다.

해남군쪽의 지명인 ‘우수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위치 때문이었다.

1440년 세종은 전라도 수군의 본영인 전라수영을 황원의 주량(周梁), 지금의 우수영에 설치하게 된다. 주량의 전라수영이 우수영(전라우도 수군 절도사영)으로 된 것은 성종 10년(1479)부터의 일로 전라도 서남해안이 너무 광범위해 여수에 좌수영이 개설되면서 해남지역 바다는 우수영이 된 것이다.

우수영 관광지는 1986년 국민 관광지로 지정됐다. 울돌목이 내려다 보이는 해안가 언덕에는 당시의 명량대첩을 기념하는 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명량대첩의 승리를 기념해 세운 명량대첩탑이 높다랗게 조성된 주변으로 울돌목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유물전시관에서는 천자총통과 지자총통 등 당시 사용했던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전라우수영 유적 내에는 우리나라 수군진성 중 가장 큰 규모인 석축성곽 1천872m와 현재도 남아있는 원문을 비롯한 동서남북 4개의 성문터, 객사 ·동헌터와 함께 영창터 등 각종 군사 시설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전라우수영지(1787)에 따르면 영내에는 민가 620호, 수군병력 1천85명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충무사는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1964년 건립한 사당이다. 이곳에는 조선 숙종때 세워진 보물 503호 명량대첩비와 충무공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국가의 대란이 예상될 때면 땀흘리듯 검은 물이 흘러나온다는 충절의 비로 유명한 명량대첩비에 얽힌 일화는 우수영 주민들의 애국정신을 잘 전해준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근래 해남 우수영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마을로 재탄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우수영 일원 10개 마을이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횃불을 든 아낙네들을 모아 강강술래로 위장전술을 펼쳤다.우수영 강강술래 모습./해남군 제공

주민이 떠나버린 낡은 흙집은 문내면의 특산물인 목화로 만든 포목을 판매하던 ‘면립상회’로 탈바꿈했다. 영업이 중단된 현대부동산은 ‘복덕방’이라는 강강술래를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만화책에 담은 만화갤러리, 주민들의 사진과 영상으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소울 아카이브관 등 골목 구석구석 이야기거리로 가득찬 문화 공간들이 들어섰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낮게 이어진 지붕 밑 담벼락에는 우수영 사람들의 깊은 사연이 벽화로 담겼다. 마을 주민들이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명량해전 재현

올 가을에도 우수영에서는 명량대첩 축제가 열린다. 특히 인근 주민들이 어선을 몰고나와 명량대첩의 대승을 재현하는 해상전투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축제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올해 축제는 9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펼쳐진다.

역사가 살아있는 울돌목, 문화가 숨쉬는 우수영에서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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