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내고향 지킴이

해남도자기, 짙은 녹빛 나래를 펴다

‘녹청자 재현 한길’ 화원요 정기봉 대표
 

정기봉 화원요 대표가 정성들여 빚은 도자기에 문양을 새기고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해남군 산이면 곳곳에 남아있는 100여기의 가마터들은 해안을 끼고 번성했던 고려시대 해남도자기를 반증해 주는 증거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잊혀져 온 해남 녹청자가 묵묵히 한길만을 걸어온 도예가에 의해 그 빛깔을 되찾고 있다. 황산면에서 화원요를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남강 정기봉(59) 선생.

3대째 도예의 가업을 잇고 있는 정 선생의 화원요에서는 1천년 전 해남의 도요지에서 생산됐던 녹청자가 재현되고 있다.

화려한 비취색인 일반 청자에 비해 짙은 녹갈색인 녹청자는 따뜻하고 은은한 빛깔이 인간의 미감과 가장 가까운 색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청자의 독특한 색감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흙으로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남의 황토는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 적정량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한때 학계에서는 녹청자를 고려청자의 아류로 인식해 미성숙한 도자 기법으로 의미를 축소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평생을 녹청자에 매진해온 정 선생의 노력으로 녹청자는 고려청자와는 다른 독자적 영역을 인정받으며 이제 당당히 고급 청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들인 병민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녹청자 도예의 길에 들어서며 4대가 녹청자 가업을 잇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강 정기봉 선생은 전남 1호 공예명장으로 전통이 살아있으면서도 현대적 미감이 교차된 녹청자 작품들을 선보이며 전국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했다. 해남군에서는 지난해 남강 선생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녹청자 재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십년 외길을 걸어온 도예가의 집념과 장인정신에 천년의 잠을 깬 청자가 녹빛 나래를 펴고 있다.

/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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