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한 달 <상>혼란속 큰 변화 실감

시행초기 혼란속 ‘투명한 사회’로 변화 긍정 평가

적용기준 모호·과도한 해석으로 곳곳에서 혼선 야기

‘더치페이’·‘저녁있는 삶’ 등 생활문화 정착 분위기

자영업자들 달라진 매출에 ‘한숨’…‘정없는 사회’지적도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점심시간, 광주시청 공무원 등이 의회동 지하 1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 이 식당에는 평소 두배에 달하는 150여명의 직원들이 몰려들었다./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오는 27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만 한 달을 맞는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건전 관행, 나아가서 대가성 특혜 등을 근절하겠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직무 관련성’을 놓고 보면 안 걸리는 분야가 한 군데도 없을 만큼 김영란법은 사회곳곳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법 시행 뒤 우리사회 달라진 모습과 문제점 등을 <상>혼란 속 변화 실감 <중>밥값에 가려진 법 취지 <하>다양한 자구책과 편법 우려 순으로 살펴본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 부패를 끊기 위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몰아내고 투명 사회로의 첫걸음을 뗏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해석 등으로 사회적 혼선과 경제활동 위축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 김영란법 적용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애초 법을 발의했던 국가권익위원회도 명확한 답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문에 권익위에는 김영란법의 대상자와 저촉 행위를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애써 기존의 정을 중시하던 우리 고유 문화까지 부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것마저 새로 시행된 법에 의해 저촉을 받고 또 이를 유권해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정(情)없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딸이 중학교 선생님이다. 학생이 초콜렛 하나를 줬는데 무심코 ‘너가 대신 먹어라’ 라고 했다가 학생들의 행동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이 초콜렛을 받나 안받나 카메라로 지켜 보고 있었다. 김영란법으로 신고하려 했다’고 말해 어린학생들 부터 정없는 사회로 빠져 안타깝다”는 글은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잘 말해준다. 공무원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외부인들과의 식사자리를 꺼려하면서 법 시행 이전보다 구내식당 이용률이 15% 이상 늘었다.

이같은 혼란과 우려, 비판에도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를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밥값을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생활문화로 자리잡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일부 식당의 경우 손님들이 계산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이 카드 단말기를 테이블로 들고 다니며 미리 결제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저녁시간 회식이 줄어든 직장인들은 영화관이나 헬스장을 찾는 등 자기개발에 몰두하게 됐다. 또 ‘저녁 있는 삶’을 살게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광주 지자체 한 공무원은 “법 시행 이후 외부 식사자리가 줄어들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가사 분담과 자녀와 함께 시간보내기 운동과 취미 까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으로 힘들어진 사람들도 많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예전과 달라진 매출에 한숨을 쉬고 있다. 식당·꽃가게·주류취급점 등 소위 ‘접대문화’ ‘선물문화’로 매출을 확보했던 업체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주의 한 대리기사 업체에 따르면 식당과 노래방, 주류취금점 등에서 저녁 8시부터 새벽까지 들어오던 ‘콜’이 하루 200~300건에서 현재는 3분의 1 이상이 줄었다. 고급식당의 경우 이름을 바꾸거나 ‘영란세트’까지 준비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는 게 식당업주 설명이다.

골프장은 계절적 요인과 일부 직업인 대상 회원권 판매 등 자구책 등으로 당초 우려했던 매출 타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을철이 지나면 김영란법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문정현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기존의 다른 법들과 달리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시행초기 혼선과 우려가 나타나고 있지만 투명한 사회를 정착시키는데 혁명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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