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꽃은 ‘표현’의 자유다”

탄핵반대 정치인 머리 이용 ‘공 굴리기’ 놀이

대통령 퇴진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까지 등장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풍자와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탄핵을 반대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공’으로 만들어 발로 차는가 하면, 박근혜 퇴진을 기다리다 목이 빠진 ‘역장’도 나타났다. 시민들은 또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며,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박 대통령의 모습도 등장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170만명의 시민이 몰린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6차 촛불집회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풍자와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풍자와 해학을 통해 민주주의 꽃 ‘표현의 자유’의 진수를 보여준 시민들을 소개한다.

이날 미술가 임옥상 씨는 탄핵에 반대하고 정권에 부역한 정치인이라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얼굴 모습을 한 ‘공’을 만들어 집회에 참여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이 공들을 발로 차고, 굴리며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시민들은 청와대에 행진 할 때도 100m에 달하는 하얀 천을 양쪽에서 일렬로 들고, 천 위에 공을 올려놓은 뒤 앞·뒤로 패스를 주고 받으며, 현 사태를 희화화했다. 미술가 임옥상 씨는 “이 얼굴을 발로 차고 놀면서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길 원했다”면서 “일주일에 걸쳐 만들었는데, 시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보람차다”고 말했다.

같은날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기다리다 ‘목이 빠진’ 역장도 등장했다.

(사)희망래일 관계자 2명은 남북을 가로질러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남북철도의 연결’과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다리다 목이 빠져버린 얼굴 없는 역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과 함께 나온 희망래일 이동섭 상임이사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을 표현했다”며 “통일열차를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분노는 김재규 가면, 수의 입은 박 대통령 등 적나라한 모습으로 풍자되기도 했다.

대학생 김경재(24)씨는 이날 촛불집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가면을 쓰고 나와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가면을 쓰고 한 손에는 종이 상자를 잘라 만든 권총을 들었다. 김씨는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로 행진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은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한 박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같은 모습의 사진 5~6장을 들고 촛불집회 내내 “박근혜를 구속하라”라고 외쳤다.

전문가들은 패러디와 풍자가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반인들의 허탈감이나 반발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현옥 송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부정한 방법으로 온갖 특혜를 누린 것을 목격한 일반 시민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다양한 패러디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이같은 풍자와 해학이 사람들의 허탈한 감정을 달래주고,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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