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지 마세요”…축하객 없는 ‘나홀로 졸업식’

곳곳서 셀카봉 들고 혼자 기념사진…“꽃도 못사”

“취업 못해 부모님께 말씀 못드려”…실업난 반영

“옛날엔 먼 친척까지 참석, 이젠 당사자도 안 와”

■ 2016학년도 전남대 학위수여식 가보니

지난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사진은 졸업생들이 학위복을 입고 졸업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지난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렸다.사진은 졸업생들이 학위복을 입고 졸업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전남대학교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졸업식)이 열린 지난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캠퍼스. 학교 입구에 길게 늘어선 꽃다발 진열대와 검정색 학위복은 여느 대학 졸업식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졸업생이나 축하객들이 적어 졸업식 특유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졸업생 김모(26)씨는 ‘나홀로 졸업식’을 치렀다. 취업을 못하면서 부모님께 죄송스런 마음에 혼자 왔다. 축하 꽃다발도 없었고, 후배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졸업식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셀카봉을 들고 학교 곳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남대 졸업식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취업 한파를 여실히 보여줬다. 많은 졸업생들이 학위수여식에 불참하거나 김씨 처럼 가족 없이 홀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나홀로 졸업식’을 치룬 졸업생들이 많았다. 혼자 혹은 동병상련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찾는 졸업생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졸업장만 챙기고 서둘러 학교를 빠져 나가는 졸업생들도 적지 않았다.

김씨는 “취업을 한 상태로 졸업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어 혼자 졸업식에 와 사진을 찍고 간다”며 “사진에 남길 꽃이라도 하나 사려고했는데 취준생 입장에서 2만5천원도 부담이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모(29)씨도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아직도 취업을 하지 못해 아침 일찍 졸업장만 받으러 왔다”며 “졸업식은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만이 주인공 대접을 받는다. 부모님이 상처받으실까바 졸업식인 것도 말씀 못 드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전남대 교정에는 졸업생 보다 꽃을 판매하려는 상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인 사진사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사진사 송영순(63·여)씨는 “20여년이 넘도록 전남대 등에서 졸업사진을 찍고 다니지만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졸업식에 참석 안하고, 사진을 안 찍는 경우는 없었다”며 “몇년 전엔 졸업식에 친척까지 다 참석해 6, 7만원에도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 경기도 더 힘들어지고 취업난 까지 겹쳐 사진값 3만원도 아까워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찍어줄 사람들 찾아 두리번 거리면 무료로 사진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은 이처럼 대학 졸업 식 풍경마저 바뀌게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만 15~29세 실업률이 9.8%, 실업자 수는 43만5천여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대학 졸업유예자 등을 포함한 취업준비생은 8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청년 취업난은 졸업식 현수막에서도 잘 나타났다. 과거에는 취업축하 현수막이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취업 격려 현수막이 갈수록 증가할 정도다. 이날도 ‘나 졸업할꺼야 취업도 곧 할꺼야 성공할 꺼야’ ‘00아 오늘은 즐기자 취업 걱정은 내일부터’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전남대학교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취업을 못했더라도 졸업식에는 참석했는데 몇년전부터는 취업을 못해 졸업식에 참석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학위복 대여도 많이 줄고 졸업증서를 안찾아간 학생들도 각 학과 평균 30%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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