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개장 옛 국군광주병원 산책로 가보니

아름드리 우거진 소나무 숲길 걸으며 ‘힐링’

광주시, 수목 정비·가로등·의자 설치 등 새단장

시원한 바람 쉼없이 불어와…도심속 명소 기대감

폐건물 그대로 보존…인적 드물때 공포체험 분위기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산책로를 찾은 시민들이 아름드리 우거진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임문
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산책로를 임시개장하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였다. 폐건물들이 산책로 주변 여기 저기에 있다보니 밤에는 물론 낮에도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시가 새로 정비하기 이전의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 내부 모습.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광주시는 옛 국군광주병원의 산책로 정비공사 등을 마치고 지난 20일 임시 개장했다. 5·18사적지 23호인 이 곳은 산책과 휴식을 취하면서 역사도 배울수 있는 공간으로 기대받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 효과까지 기대된다.



28일 오전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가득한 숲 사이로 잘 포장된 산책로가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책로가 시작된 곳에 설치된 표지판에는 현 위치와 주요 시설물 위치 등이 그림으로 설명돼 있었다. ‘이곳은 5·18 당시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을 당한 시민들이 끌려와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이곳에까지 계엄사 수사관들이 파견되 시민들은 치료 과정에서도 취조를 당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이날은 낮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를 보였지만 산책로는 녹음이 우거진데다 바람까지 불어와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부터 노 부부, 연인 등 시민들은 0.8km 가량의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도심속 새 휴식공간을 만끽했다.

산책로 곳곳에는 5·18 사적지 답게 옛 국군광주병원 본관과 군인 숙소, 차량 정비고, 의무보급창고 등 10여동의 건물이 폐허상태로 보존돼 있다. 폐 건물 주변은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시민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듯 CCTV도 설치됐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있다. 여성이나 노약자 등의 안전을 위한 ‘비상벨’ 도 곳곳에 보인다.

시민 이경미 (27·여)씨는 “그동안 이곳은 폐허처럼 사람 출입이 금지된 장소였는데 숲길이 조성 돼 시민들의 쉼터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5·18사적지인 이곳을 하루빨리 더 단장해서 5·18 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등과 연계한 5·18 체험교육 장소로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단장하기 전 옛 광주 국군병원의 한 건물 모습.
산책로를 임시개장하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였다. 병원 폐건물들이 산책로 주변 여기 저기에 있다보니 밤에는 물론 낮에도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철제 울타리 주변에 각종 쓰레기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것도 거슬렸다.

인근에 거주하는 최지영(47·여)씨는 “개장 이후 낮시간과 저녁시간 모두 산책을 와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때는 무서웠다”며 “특히 밤에는 가로 등도 몇개 밖에 설치 돼 있지 않은데다 컴컴한 숲에서 사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여서 공포체험을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인권평화협력실 한 관계자는 “산책로를 임시 개장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지만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관리자가 매일 상주하며 산책로와 사적지를 돌 볼 수 없다”면서 “하루 빨리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하는 등 치유 공간이자 쉼터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옛 국군병원 부지는 병원이 2007년 전남 함평으로 이전 한 뒤 국방부에서 관리해 오다 2014년 11월에 국방부에서 광주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시는 병원 본관 등 보존 건물의 경우 추후 정부사업을 통해 국가 트라우마센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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