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인 영산강 ‘꿈틀’…죽산보 수문 열리자 ‘탄성’

영산강보관리단, 수문 전체 4개 가운데 2개 개방

계획 관리수위 3.5m→내일 2.5m까지 낮아져

환경단체·지역민 “수문개방, 영산강 복원 물꼬 되길…”

5년 만에 수문 개방한 영산강 죽산보
수질 개선과 녹조발생 억제를 위해 ‘영산강 죽산보 1단계 상시방류’가 1일 오후 부터 처음으로 시작됐다.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보관리단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전남 나주시 죽산보의 가동보 4개 중 2개 수문을 개방하고 방류를 시작했다. 사진은 수문을 개방한 죽산보 모습. 나주/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와~드디어 열렸다!”

1일 오후 2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산강 죽산보.

잔잔하던 강이 모처럼 꿈틀대는 순간, 수문 개방을 기다리던 환경단체 회원과 지역민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죽산보의 수문 4개 중 2개가 20㎝ 높이로 들어 올려지자 아래쪽 수면에 흰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물보라가 쳤다.

열린 수문 아래로 빠져나간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 본류로 합류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오늘 수문 개방이 영산강 회생과 복원의 물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영산강 죽산보를 비롯해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등 6개 보에 대한 상시 개방에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보관리단은 죽산보 2개의 수문을 밑에서 위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각각 20㎝씩 개방했다. 수문을 들어 올리는 데는 약 1분이 소요됐다.

수문 개방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총 4시간 동안 이뤄졌다. 죽산보는 앞으로 목표 수위를 2.5m로 정하고 수위가 낮아지거나 오를 경우 수시로 열었다 닫었다를 반복하며 이를 유지하게 된다.

수자원공사는 2개의 보 외에도 670㎾ 발전기 2대가 설치된 소수력발전소를 20시간 동안 함께 가동하면서 수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수문 개방에 따른 수위 조절은 1m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현재 관리수위 3.5m를 3일 오후 6시까지 2.5m로 낮추게 된다.

지역 환경단체는 죽산보 수문 개방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시민생활환경회의, 광주전남녹색연합,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전남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후 죽산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드디어 영산강 물길이 열리기 시작했다”며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만든 결과 강은 강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녹조 등 해마다 하천생태계의 건강성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방침으로 4대강 사업 폐해의 시작과 과정, 향후 대책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단체는 “수위를 1m 낮추는 정도로는 하천 본연의 물의 흐름을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면 개방이 아닌 이상 물의 정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녹조 문제나 생물종의 악화 문제도 여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민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평일 오후임에도 지역민 10여 명이 찾아와 보가 개방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영산강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무안에 사는 허모(71·여)씨는 “수문이 개방되니 속이다 시원하다”며 “앞으로도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자주 개방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주시민 김모(30)씨는 “얼마만에 저렇게 흐르는 강물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사람도, 물고기도 모두 고생했다. 강은 자연 그대로 흘러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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