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 전남도교육청

독서토론열차학교 동행기

(3)동토에 울려퍼진 독립군가

러시아서 항일운동 흔적 밞으며 애국심 고취

안중근 단지동맹기념비·이상설 유허비 등 찾아

애국 선열들의 독립정신·민족정신 되새겨

고려인 강제이주 시작 라즈돌노예역 즉석 공연

아리랑·애국가 부르며 고려인 아픔 위로 ‘뭉쿨’

동포 후손들 위해 써달라며 전남교육가족 성금 전달도
 

전남도교육청의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6일째인 7월 24일 학생들은 고려인 강제이주가 시작됐던 러시아 라즈돌노예역에서 강이주 80주년을 기억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고려인과 독립군, 소련군의 복장을 갖추고 태극기를 든 학생들은 아리랑과 독립군가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며 연해주와 고려인의 항일무장 독립운동 정신과 고려인 강제 이주를 추모했다./전남도교육청 제공 .
전남도교육청의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6일째인 7월 24일 학생들은 고려인 강제이주가 시작됐던 러시아 라즈돌노예역에서 강이주 80주년을 기억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고려인과 독립군, 소련군의 복장을 갖추고 태극기를 든 학생들은 아리랑과 독립군가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며 연해주와 고려인의 항일무장 독립운동 정신과 고려인 강제 이주를 추모했다./전남도교육청 제공 .
학생들은 러시아 방문 첫날 연해주 크라스키노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 기념비를 찾아 애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민족정신을 되새겼다./전남도교육청 제공
고려인 정착촌인 우정마을에서 의자 설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시베리아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에 동행한 김영증 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이 고려인 후손들을 위해 써달라며 전남교육가족이 모금한 1천만원 상당의 콩 구매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6일째인 7월 24일. 140여명의 학생들은 중국 훈춘과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걸쳐있는 중-러 국경을 넘어 러시아 크라스키노 에 발을 디뎠다. 러시아 땅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 기념비를 찾았다.

연해주 크라스키노에 있는 단지동맹 기념비. 기념비는 안중근 의사와 단지동맹을 함께 한 12인의 애국지사들이 침략자인 일제에 대항해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바쳐 투쟁 할 것을 하늘에 맹서하며 무명지를 잘랐던 마을에 세워져 있다

20세기 초반 연추(현재의 크라스키노)는 국내 무장항일 의병의 근거지였다. 이곳에서 1909년 2월 7일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김기용,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정원주,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천화 등 12인은 단지동맹을 결의한다. 그들은 조국독립을 천명하며 왼손 무명지를 끊고 붉은 선혈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의 굵은 글씨를 써내려가며,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외친다. 하늘과 땅에 맹세했다는 뜻으로 ‘정천동맹’이라고도 부른다.

문재웅(목포마리아회고) 군은 “일제에 나라를 침탈당한 증오가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매우 강했구나 생각에 절로 숙연해졌다”며 “훗날 역사를 바로 잡고 꼭 다시 이곳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애국 선열들의 흔적을 밟으며, 독립정신과 민족정신을 되새긴 학생들은 우스리스크로 향했다. 우스리스크에는 고려인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라즈돌노예역이 있다. 고려인 강제이주가 이뤄졌던 역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역이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이 고려인 17만2천명을 집결시켜 시베리아 횡단열차 화물칸에 태워, 고려인의 삶의 터전을 강탈했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해 만주와 연해주로 떠나야 했던 우리 동포들. 이들은 일본 국적이라는 이유로 옛 소련 체제하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다. 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과 그 후손들은 소련이 해체되고 1990년이 넘어서야 고향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유라시아를 떠돌아 다녀야 했던 우리 동포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바로 고려인들의 이야기다.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을 간직한 라즈돌노예역에 일제시대 선열들이 불렀던 독립군가가 울려 퍼졌다. 역에 도착한 학생들은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을 기억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연해주와 고려인의 항일무장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며, 그 후손들은 타국에서 버려진 고려인, 독립군, 소련군의 복장을 갖추고 강제이주의 그 날을 추모했다.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6일째인 7월 24일. 140여명의 학생들은 고려인 강제이주가 이뤄졌던 역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역이

즉석에서 역 앞에 작은 무대를 마련한 학생들은 4막극의 퍼포먼스 ‘그날이 오면’을 진행했다. 나레이션과 음악, 플래쉬몹 등을 통해 강제로 중앙아시아에 내던져진 고려인들의 슬픈 역사를 재연했다. 아리랑과 독립군가에 따라 움직이는 학생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서 고국을 떠나 부유(浮游)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선조들 아픔이 느껴졌다. 공연은 배우도, 관객도 학생들 뿐이었다. 간간히 도착하는 열차의 기적소리만 있는 들려올 뿐이었다. 하지만 연해주에서 우리 민족이 써내려간 또하나의 역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김성현(장성고) 군은 “국력이 약했기 때문에 고려인들이 이주를 당했는데 우리나라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국력을 더 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5일 학생들은 고려인 정착촌인 우정마을과 고향마을에서 봉사활동 시간을 가졌다. 콩밭 매기와 천막·의자 설치 등의 봉사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고려인들에게 특별한 봉투 하나를 전달했다. 봉투에는 고려인 후손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매신청서’가 담겨져 있었다. 고려인들이 재배한 유기농 콩으로 만든 된장 등을 구입하기 위한 구매신청서였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고려인 후손들의 정착을 위해 ‘동북아평화기금’을 만들고 고려인들이 유기농 콩을 재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콩으로 만든 된장과 식용유 등을 생산 판매한다. 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은 출발 전 전남의 교육가족들에게 이 내용을 홍보하고 1천만원 상당의 제품구매 신청서를 모아 고려인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학생들은 또 ‘러시아의 추위가 나라를 잃은 나의 심장이 더 차갑다’며 일본을 맞아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일본군에 순국한 최재형(1860~1920)선생의 자택과 대한제국의 특사인 이상설(1870~1917)선생 유허비 등을 방문했다. 이상설 선생 유허비에서는 헌화와 참배 의식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윤채현(해남 우수영중학교 교장)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교장과 학생 대표의 헌화를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유라시아 번영에 대한 염원을 태극기 엽서에 담아 나무에 매달고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겼다.

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은 다음날인 7월 26일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참배를 거쳐 3박4일 일정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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