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등 스펙 기입 여전…‘무늬만 블라인드’ 채용

기존 채용과 큰 차이 없어…사진란 존재 공기업도

“취지는 좋은데 아직은… 정착까진 1~2년 필요”

“블라인드 채용 도입 초기라 그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최근 A은행 하반기 공채를 준비를 하면서 낙담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는 기업 서류 전형에서 학력과 어학점수 등 기존의 서류 전형과 같은 항목이 버젓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서류전형에 불합격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원한 B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류에서 사진과 가족사항 등 일부 항목은 요구하지 않았지만 자격증 등 스펙을 기입할 수 있는 항목은 여전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전공 무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우대 자격증 내역이 따로 제시돼 있기도 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부 민간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를 보고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서에 학력과 자격증 등 스펙을 기재하면서 학교나 학과 등 유추가 가능해 블라인드 채용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사진이나 가족사항, 학력 등 일부 항목만 삭제했기 때문이다. 일부 공기업들은 여전히 사진란이 존재하고 학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도 어학성적과 자격면허, 수상내역, 경력사항 등의 항목은 유지한 채 학력 항목만 삭제했다.

취준생 정모(28)씨는 “취지는 좋은 것 같지만 완벽한 블라인드 채용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면서 “이제 막 시작한 채용 방법인 만큼 문제가 나오는데로 점차 고쳐나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보다 까다로운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고 있어 취준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욱 증가했다고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준생 문모(23·여)씨는 “자기소개서나 지원동기를 작성시 개인 경험을 토대로 적다 보면 학교명과 가족관계, 출신 지역 등 인적 사항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기술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기업들도 있어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자기소개서 문항도 점점 더 까다로워져 또다른 스펙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도입 초기인 만큼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현순 조선대학교 일자리센터 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늘고있다”면서 “하지만 모니터링 기간이 필요해 자리를 잡으려면 1, 2년 정도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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