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은행열매 “기부라도 했으면…”

자치구, 민원 들어오면 채취해 전량 폐기처분

부산 등 타지역 소외계층 전달…수익금 기부도

시민들 “市木 열매 시민 위한 활용방안 찾아야”

은행나무 열매를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민원 해결과 일자리, 기부 등 1석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 지역 자치구가 도심 속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은행나무 열매를 소외계층에 전달하거나 팔아서 그 수익금을 기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로수 관리권한을 지닌 각 자치구들은 매년 가을 악취와 도심 미관 저해 등의 민원이 들어오면 은행열매를 채취하거나 주워 전량 폐기하고 있다.

24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를 제외한 동·서·남·북구 4개 자치구에서 최근 악취 등 민원으로 도로와 버스 승강장 인근에 있는 은행열매 채취 작업에 나섰다. 4개 자치구는 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땅에 떨어진 은행열매를 사람들이 밟기 전에 수거할 계획이다. 채취·수거된 은행 열매는 전량 폐기된다.

자치구는 신청자에 한 해 은행열매 채취를 허락하고 있지만 채취 희망자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은행 열매 채취 신청자는 북구 8명, 서구 3명, 남구 1명에 불과했다. 광산구는 단 한 명도 접수하지 않았다(동구는 파악되지 않음). 광주의 은행열매는 사실상 전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광주 5개 자치구 관계자들은 “은행열매의 경우 악취로 인한 민원이 많아 그 부분을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대부분 낙과해 상태가 좋지 않고 도로변 옆이라 상품성이 없어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나무의 고약한 악취의 주범은 ‘암나무’ 때문이다. 광주지역 가로수 중 은행나무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모두 4만3천473그루이다.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전체의 19%인 8천258그루다. 5개 자치구별 암나무 분포는 동구 1천977그루, 서구 1천273그루, 남구 672그루, 북구 2천768그루, 광산구 2천691그루로 집계됐다.

이에 이 열매를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민원 해결과 일자리, 기부 등 1석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은행나무는 광주를 상징하는 나무인 ‘시목(市木)’으로 지정돼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나무는 광주지역 가로수 14만여 그루 중 3분에 1을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가로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은행열매 활용 방안 목소리는 시목인 은행나무 상징성에 맞게 그 열매도 광주시민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이 도심에서 열리는 은행열매의 유해성 논란과 관련, 지난 2013년부터 카드뮴 등 중금속 성분을 검사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은행 열매 활용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부산 부산진구는 10년 전부터 은행열매가 익는 대로 채취해 세척 작업 등을 거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산 남구도 지역 저소득층 주민을 채용해 열매 수확·세척·건조를 맡겨 절반 이상의 열매를 팔아 수익금을 마련해 기부하고, 나머지는 경로당 등에 전달한다.

북구 두암동에 거주하는 권모(51·여)씨는 “광주 시목인 은행나무 열매가 매 번 전량 폐기되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면서 “사회적 일자리 등을 활용해 은행열매를 채취해 시민들을 위해 쓰여진다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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