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⑬진도 주만종씨>

⑬‘검정쌀’ 진도 주만종씨

1991년 국내 최초 도입…전국 생산량 40% 점유
진도 3대 특산품으로 지리적표시 제84호 등록
40년 외길 인생 속 ‘최고의 농사꾼’ 자부심 대단
 

전남 진도군 주만종씨는 진도 검정쌀에 대한 도입부터 재배에 성공하는 단계까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남도 제공

전남 진도군은 ‘검정쌀 메카’다. 1991년 국내 최초로 재배된 진도 검정쌀은 현재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진도 농업인들이 흔히 ‘쌀 중의 쌀’이라고 꼽는 검정쌀의 대표주자는 단연 주만종(61)씨다. 그는 진도 검정쌀에 대한 도입부터 재배에 성공하는 단계까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7년에 나온 ‘진도군지(誌)’에는 “1991년 검정쌀을 지산면 소포리의 주민 주만종이 처음 재배하고 보급했다”고 기록돼 있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섬이지만 웬만한 다른 지역보다 논 등 농토가 넓은 진도여서 예로부터 농사도 수산(水産)에 비해 꿀리지 않는 곳이다. 이런 진도에서 40여년 동안 묵묵히 땅을 일궈온 주만종씨의 노력과 헌신이 전국 최대 검정쌀 생산지역으로 발돋움하는 데 초석을 다졌다.
 

지난 1991년 주만종씨(오른쪽)를 비롯한 진도 지산면 소포리 마을 농가에서 40여㎏의 수확을 얻은 것이 ‘진도 검정쌀’의 시초다. /전남도 제공

■농산물 개방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검정쌀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농산물 개방의 파고를 극복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던 1990년 무렵 시험재배를 위해 외국에서 특별히 들여온 이색 품종이었다. 대부분 실패했는데 1991년 다행히 주만종씨를 비롯한 진도 지산면 소포리 마을 농가에서 40여㎏의 수확을 얻었다.

이듬해 이를 주민들이 나눠 심은 것이 ‘진도 검정쌀’의 시초다. 보통 쌀의 2~3배 값에 팔린다. 이 정도면 ‘약’의 가치를 쳐 주는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요즘 이를 재배하는 바람에 값이 이전만 못해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그래도 ‘검정쌀’하면 진도가 꼽힌다.

진도 검정쌀은 현재 전국 생산량의 40%에 달한다. 진도군은 이런 유명세를 계속 유지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검정쌀을 201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 제84호로 등록했다. 아예 ‘진도 검정약쌀’이란 상표도 붙였다. 홍주와 울금 등과 함께 검정쌀이 진도군의 특산물 중 하나다. 이제 도시의 쌀가게에서도 어렵지 않게 진도 검정쌀을 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검정 쌀국수와 같은 2차 가공의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주씨의 농업 관련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1997년 진도군수 표창부터 2002년 농림부장관표창, 농협 새농민상 본상에다 2003년 전남도지사 표창까지 받았다. 그는 늘 상을 받을때마다 의욕을 불태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검정쌀하면 ‘진도 주만종’ 이름이 들먹여질 정도다. 사진은 주씨가 쌀 포장 작업을 하는 모습. /전남도 제공

■‘최고의 농사꾼’이라는 자부심 커=주씨는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농사를 오래 하다 보니 지역 살림에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진도군 의원을 비롯해 공적인 의견을 세울 수 있는 다른 몇 가지 직책을 역임했다.

특히 진도 소포만 간척지에 바닷물이 유입돼 진도읍 임회면, 지산면 일대 700여 농가가 하릴없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소포담수호 염해피해 보상창구위원장을 맡아 국가기관인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와 8년여의 소송전을 벌여 마침내 2009년 이긴 성과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하루하루 농사일로 바쁜 순박한 이웃들과 함께 정의를 실현하는 싸움을 벌였던 것이다. 각 농가들이 배상을 받았고, 낡은 배수갑문을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는 넉넉한 새 시설로 교체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주씨는 ‘최고의 농사꾼’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이런 여러 면모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 순간도 한 눈 팔지 않고 40여년을 본업인 농업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품종과 좋은 재배기술, 농업인이면 언제나 관심을 놓지 못하는 그 단어들이 일복, 상복 많은 그에게도 가장 중요한 주제인 것이다.
 

진도 검정쌀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에 선정됐다. 올해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는 지역의 대표 특산물로 진도흑미를 비롯해 평창 잣, 이천 햅쌀, 예천 참깨, 영동 피호두 등 다섯종이 담겼다. 남도일보DB

■항암효과·피부노화방지 ‘안토시아닌’ 풍부=진도 검정쌀은 몇 해 전부터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우리나라 내 시배지인 진도 뿐 아니라 전국의 여기저기서 이 품목이 재배되고 있다. ‘좋은 쌀’이어서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농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진도 검정쌀은 말 그대로 쌀알이 가무잡잡하다. 아예 까맣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섞어 밥을 지으면 모양이 특별하다. 기분 좋은 냄새도 난다. 포장지 등에는 ‘향취’라고 표기된 것도 있다. 향기로운 냄새라는 말이다. 맛도 좋다.

뿐만 아니라 항암 효과와 피부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을 다른 지역 검정쌀보다 월등히 많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해양성 기후 등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단백질, 아미노산 및 비타민 B1, B2, B3, 철, 칼슘, 아연, 망간 등의 미네랄 원소들이 일반 쌀의 5배 이상 함유돼 있어 수도권 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 진도 검정쌀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에 선정됐다.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는 지역의 대표 특산물로 진도흑미를 비롯해 평창 잣, 이천 햅쌀, 예천 참깨, 영동 피호두 등 다섯종이 담겼다.

이번 선물세트는 전직 대통령과 5부요인, 정계 원로와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 종교·문화계 인사, 사회 소외계층 등 7천여명에게 배송됐다.

진도 검정쌀이 지난 200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도농협에서 10여톤을 납품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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