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 보면 긴장…‘도그포비아’확산

반려인들 “같이 산책도 못나가요” 하소연

혐오시선 까지…전문가들 ‘펫티켓’”강조



최근 개에 불린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그 포비아’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31일 서구 풍암호수공원에서 반려견을 안고 산책하는 시민의 모습.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는 최근 반려견 문제로 주민 간 큰 싸움이 발생할 뻔했다. 반려견과 산책을 다녀온 오모(58)씨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같은 라인 주민이 강아지를 보고 놀라며 오씨의 반려견을 발로 차버렸기 때문이다. 낑낑거리는 반려견을 안아 든 오씨가 주민에게 “무슨이유로 남의 강아지를 발로 차냐”고 항의하자 주민
은 “당신 개 때문에 내가 놀랐다. 개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도 모르는데 똑바로 데리고 다녀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당시 오씨의 반려견은 목줄을 한 상태였다.

서구 금호동에 사는 정모(29)씨도 반려견 때문에 걱정이다. 근래 산책을 나가지 못한 반려견이 스트레스로 인해 가구와 소파 등 온 집안의 물건을 헤집어놓고 있다. 정씨는 “평소 일주일에 4~5회 가량 산책했는데 최근에는 1~2회로 줄이면서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것 같다”며 “목줄을 가장 짧게 한 상태에서 30분 내외로 산책을 나가도 사람들이 멀리 피하면서 수근대는 등 눈치를 살피게 된다. 어린아이와 노약자들 근처는 아예 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얼마전 아파트 게시판에도 ‘애완견 주의 안내문’이 올라오면서 괜히 더 눈치를 살피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에 물린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그 포비아’(PHOBIA: 공포증)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도심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은 시민들이 반려견들과 산책하기 좋아 개를 데리고 나온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장소다. 1일 역시 화장한 날씨 속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강아지를 피하는 주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포착됐다.

한 남성이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산책로 한 켠으로 피했다가 개가 멀어질때 까지 몇차례나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이 남성의 반려견은 몸집도 작고 짧은 목줄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처럼 비반려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늘어나면서 반려인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모(33)씨는 “모든 반려인들이 목줄을 하지 않는 비매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목줄을 안채우는 등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일부 비매너 반려인들의 행동을 마치 모든 반려인들의 모습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펫티켓(펫+에티켓 합성어, 반려동물 예의)을 강조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최근 잇따른 반려견 사고는 맹견이 이유가 아니라 견주들의 관리부실 문제”라며 “이는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과 더불어 보호자의 책임 강화 그리고 사회적 뒷받침으로 풀어야 한다. 막연한 혐오보단 개물림 사고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건전한 반려문화 풍토 조성과 안전관리 체계 수립을 고민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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