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대학입시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허성태 조선대학교 외국어대학 교수>
 

교육부는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기초소양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2020년 말에 응시하게 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지난 8월 10일에 발표하였다.

2016년 3월에 구성된 수능개선위원회가 내놓은 것이 이 시안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주요 개편 방향은 2015년 9월에 확정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을 반영해 기초 소양 함양과 더불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선택과목을 활성화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수능 과목과 점수체제 및 평가방식을 마련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당초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올 8월 31일에 최종 확정하여 발표하기로 했던 교육부가 교육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입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 시기를 2018년 8월로 1년 더 늦춘 것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대학입시제도는 큰 줄기만 해도 12차례 이상 바뀌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거의 매년 바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하여 대학입시정책은 교육철학의 부재와 졸속의 극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정책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과연 학교교육의 정상화 해법은 없을까?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대학서열화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의 목표도 당연히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서열화구조’를 깨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난마처럼 얽힌 난수표 같은 대학입시전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입시전형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 대입전형 간소화의 목적은 수험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본고사와 다름없는 대학별 논술, 구술시험도 폐지해야 한다.

학생·학부모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3천600여 가지가 넘는 입시전형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그리고 신입생 공동선발, 교수교류, 공동학위제 등을 실시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학생선발은 대학수학능력만을 확인하는 자격고사제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부가 진정 공교육을 정상화하고자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재차 강조하건대, 소위 ‘금수저’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입시전형을 형식적으로 몇 개 줄일 것이 아니라 ‘흙수저’들에게도 기회가 균등히 돌아갈 수 있도록 수능 전형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입시전형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것이야말로 열린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학교교육정상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11월 16일, 어제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그러나 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경북 포항 일대의 5.4규모 지진과 지속적인 여진으로 인해 시험장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고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의 안전과 시험 시행의 공정성 및 형평성을 고려하여 2018학년도 수능시험일자를 11월 23일로 일주일 전격 연기하였다.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일이다. 시험을 잘 치른 이나 잘 못 치른 이나, 잘 봤으면 잘 본대로 못 봤으면 못 본대로 11월 16일, 어제 이미 벗어던져버렸을 굴레를 또 다시 둘러메고 달려야하는 일주일이 수험생들에겐 지나온 전체 수험기간보다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일 수 있다. ‘덤으로’ 주어진 이 한 주일을 세월과 더불어 더욱 무성해지는 숲처럼 수험생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가볍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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