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21.여수 윤채동씨>

21. ‘겨울 백합’ 여수 윤채동씨

화훼농업 불모지서 日수출길 개척 열혈 농업인

절화국화 기술 최초 도입…무농약 재배 ‘앞장’

‘로컬푸드 전도사’로 이름 바꿔달고 승승장구
 

윤채동씨는 화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남 여수에서 겨울백합 재배로 고소득을 올리는 성공한 농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 여수는 수산업과 중화학 공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이어서 농업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었다.

농업에 대한 관심이 낮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 때 지역의 화훼농가들과 함께 억대 부농의 꿈을 꾸며 수출 길을 열었던 농부 윤채동(65)씨. 그는 화훼농업 불모지에서 성공한 농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여수지역 화훼농가들이 재배한 ‘백합’이 일본시장에서 상종가를 치면서 지역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큰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그가 지금은 ‘로컬푸드’로 지역민의 밥상을 차리고 있다. 지역농업의 발전과 도시 소비자에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남 여수지역 화훼농가들이 재배한 ‘백합’이 일본시장에서 상종가를 치면서 지역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백합을 재배하던 시절 윤채동씨의 하우스 내부 모습.

■고생 끝에 뚫어낸 화훼 수출의 길=30대에 공직생활을 했던 윤씨가 화훼를 시작한 건 1986년. 그는 여수, 순천에서 절화 국화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다가 백합의 겨울 재배가 성공하면서 그의 화훼농사는 조금씩 안정이 됐다.

윤씨의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2008년부터 시작한 수출 덕이다. 백합 수출연구사업단과 여수시농업기술센터가 진행한 공동연구 과장에 참여하면서 일본 수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수는 겨울철 온난한 기화와 최적의 일조량으로 제주와 더불어 겨울 백합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겨울 백합은 병해충이 적어 국제 거래의 어려운 절차인 검역 통과가 쉽고,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돼 수출에도 유리한 점이 많았다. 당시 윤씨와 함께 여수에서 백합을 생산하던 화훼농가는 10여농가에 불과해 국내 전체 시장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여수 백합은 겨울철에 수확하는 백합으로 봄과 여름철에 주로 생산되는 고랭지 등 다른 지역과의 차별이 가능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얻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씨가 키워낸 백합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농약 재배’였다. 백합을 수확한 뒤 바로 무농약 토마토를 재배해야 했기 때문에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수출하는 데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화훼 농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5만본 규모였지만 가격변동으로 되레 적자를 보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윤씨는 수출계약의 성사로 판매처가 확보되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져 고소득 창출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1년에는 6천270㎡(1천900평)의 하우스에서 1억2천만원의 조수익을 올려 지역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윤채동씨는 ‘로컬푸드 전도사‘로 이름표를 바꿔달고 소비자에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여수 백합 수출작목반과 함께 백합 수출을 주도했던 그에게 뜻하지 않았던 시련이 찾아 왔다. 2011년 초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진으로 수출길이 뚝 끊겨 버린 것이다. 지진 이후 불과 3, 4개월 만에 폭풍을 맞은 것처럼 화훼시장이 쓰러져갔다. 화훼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급기야 정부와 농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이 ‘수출 화훼 팔아주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는 장미와 백합을 대상으로 ‘수출 화훼류 직거래 판매 추진계획’도 내놨지만 화훼농가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수년간 고생 끝에 겨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수익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화훼 농가는 그 동력을 잃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꽃 소비문화가 조금 기형적이다. 축화, 조화, 선물 등 상업적으로 발달된 바람에 ‘꽃 문화’라는 말이 무색하다. 근본적으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꽃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가정원예를 위한 꽃 문화를 만드는 것이 주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원래 토마토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그 무렵 여수에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졌다”며 “그래서 2013년부터 백합을 접고 로컬푸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 ‘앞장’=그는 다시 허리띠를 졸라맸다. 2013년 문을 연 ‘여수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또 다른 활로였다. 지역내 120여 농가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농산물을 포장·진열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운영한다. 윤씨는 여기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2년 연속 납품실적 1위에 오른 것이다. 윤씨는 현재 여수농협 로컬푸드출하자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윤씨는 “로컬푸드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무농약으로 재배했는데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참 복잡한 것 같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무농약 상추를 내놔도 값이 똑같으면 절대 안 사간다”며 “물건 생긴 것을 보고 비싸다는 생각부터 한다. 대도시에서야 비싸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정가격을 정해도 요즘은 비교대상이 많아져서인지 바가지를 씌운다며 비난부터 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로컬푸드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윤씨는 시설하우스만 7천603㎡(2천300여평)를 경작하고 있다. 일손이 달려 수확에서 출하까지 대부분 일은 윤씨와 부인 문숙희씨 두사람의 몫이다. 일이 바쁜 것은 희망의 징조다. 의욕도 많다. 그는 “여수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다보니 농가에 대한 지원이 미약하다”며 “로컬푸드는 단순한 농사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쨌거나 지역민의 밥상에 올라가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인데 여건이 따라 주면 좋겠고, 지역민들도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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