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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3>-장계(狀啓)

기사승인 2018.01.11  18: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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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3>-장계(狀啓)

“사또 어른, 허락하여 주십시오. 제가 필히 가야 합니다.”


“이 일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니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권율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다른 경험많은 병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정충신은 여전히 물러날 기미가 없다.

권율은 다시 이윽히 정충신을 내려다 보았다. 학문을 깊이 닦아서인지 늘 이치에 맞는 말만 하고, 어른들보다 생각이 깊어서 권율 스스로도 감동했던 소년이었다. 지난 7월 군사를 이끌고 이치전(梨峙戰)에 출진했을 때, 벌써 그는 그의 싹수를 알아보았다. 정충신이 지형 정찰과 적정 탐지를 민첩하게 수행해 왜적을 한동안 가두어두었다. 이후 곧바로 역습을 가하니 가바야카와 군대는 수천 병력의 손실을 입고 후퇴했다.

이치전투는 왜군을 맞아 치른 육지에서의 최초의 승리였고, 왜적이 전주성(全州城)에 입성하는 것을 막으면서 끝내 전라도 지역 침투로를 차단한 전과를 올렸다. 사실은 이 전쟁이 조선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었다.

-사람들은 이치전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조선을 살리는 근원이 되는 전쟁이다.

권율은 이렇게 속으로 뇌었다. 이치전투는 조선을 살리는 불씨가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임진왜란에서 이치대첩은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3대 육전(陸戰) 중의 하나였으나 그 중요성에 비추어보면 두 대첩을 능가했다.

양 대첩은 단순한 전승의 기록이나, 이치대첩은 끝까지 단 한 뼘의 전라도 땅을 내주지 않은 전쟁인 데다, 아군의 식량기지 확보와 왜군의 추격보급로 지연 및 차단, 아군 병력 충원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영토회복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하면 이치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전라도가 보존되어 후방 병참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보급품과 병력을 충원할 수 있는 배후지였기 때문에 추후 이순신의 명량대첩, 한산대첩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상감마마, 호남이 지키고 있으니 명으로 가지 마시옵고, 돌아와서 백성을 보살펴 주십시오. 호남의 백성들이 일어섰습니다. 물러서지 않는 민초들이옵니다.

장계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 수행인데 소년 정충신이 그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정 지인(知印), 네가 가야 할 이유를 대라. 그것으로 사또를 설득해보라. 합당하면 첩사(牒司)로서 보내주지만, 하나라도 부족하면 너는 안된다.”

“사또 어른, 이유를 댈 것도 없습니다요. 제가 장군을 모시면서 장군의 뜻을 제일 잘 아니까요. 장군의 마음의 깊이를 저만큼 아는 자가 누가 있습니까.”

권율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부산포, 동래포에서는 왜가 쳐들어오자마자 주민이나 군사나 하나같이 도망가버려서 왜군이 활 한번 쏘지 않고 질풍노도와 같이 경부 축선을 타고 추풍령을 넘어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그 이후 산천초목마저 떨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소년이 두렵지 않게 무거운 책무를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기특하고도 대견하다.

사사로운 감정이라면 뜰로 내려가서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군율과 권위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누르고 있지만, 그는 그럴수록 정충신을 적진으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지로 보내서 충직한 젊은 막료를 하나 잃는 것이 어쩌면 자기 관직의 큰 손실로 보았고, 자신의 후사를 위해서도 소년은 꼭 필요한 존재며, 특히 난세일수록 이런 충직한 부하가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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