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사각’ 광주 주택가 가보니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온통 눈투성이…소금까지 뿌려

조심조심 걸어도 미끄러져 ‘꽈당’



사흘째 눈 폭탄이 쏟아진 11일 광주광역시 주택가는 제설작업이 안된 ‘제설 사각지대’였다. 광주 서구 한 이면도로에서 주민이 눈을 치우고 모습과 사용되지 않은 골목길 모래주머니, 경사진 골목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는 시민들 모습.(왼쪽부터)./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사흘째 눈 폭탄이 쏟아진 11일 광주광역시 주택가는 ‘제설 사각지대’였다. 염화칼슘 등 제설제도 없었고 제설차량도 들어오지 않았다. 골목과 이면도로들은 날씨가 다소 풀린 한낮에도 하얀 빙판길이었다. 주민들이 삽과 빗자루를 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설이 이뤄진 주요 간선도로와 달리 폭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주택가. 전날 20cm가량의 눈이 내리면서 길가 대부분이 두터운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커다란 삽을 들고 집 앞 도로의 눈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모(64)씨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며 “큰 도로는 제설차가 다니면서 눈을 치우지만 이런 주택가 골목은 각자 알아서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들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광주 동구 지산동의 한 주택가 골목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다 급경사까지 있어 마치 스키장을 연상케 했다. 추위를 피하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길을 걷던 20대 여성은 미끄러지면서 넘어지기도 했다. 최모(21·여)씨는 “도로가 온통 눈투성이라서 마음 놓고 발 디딜 곳이 없다”며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정작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전혀 안 돼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구 화정3동 백제아파트 옆 경사진 골목길을 7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행여 넘어질까 봐 짧은 보폭을 하면서 길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른 골목길에서는 1톤 화물차가 눈길에 멈춰섰다. 운전자가 이리저리 운전대를 움직였지만 바퀴는 헛돌 뿐이었다. 지켜보던 한 시민이 자신의 집에서 모래를 한 삽 퍼와 차량 바퀴 쪽에 뿌리고 나서야 차량이 움직였다.

이 지역은 경사진 길이 많아 제설함이 있을 법도 했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 미문교회 옆 이면도로 경사 길은 차량은 물론 사람조차 접근하기 힘들었다. 최모(48)씨는 “제설함이요? 그게 뭔데요, 그런 것도 있어요?”라고 되물으며 “우리 동네도 설치를 해주지…. 여기는 경사진 곳이 많아 눈이 조금만 와도 걸어 다니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주변 한 식당에서는 주인이 가게 앞에 소금을 뿌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모(65)씨는 “식당 앞 눈을 쓸었는데 길바닥이 빙판이었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녹으라고 소금을 뿌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민원 등 업무 처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설작업 인력에 한계가 있다”면서 “시민들이 내 집 앞이라도 조금씩 쓸어주면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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