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왕곡 ‘AI 방역 통제초소’를 가다

“몸은 만신창이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왕곡면사무소 직원 12명 40여일째 3교대 근무

AI 방역 최전선 보루...밀린업무 연일 야간 처리

인근 영암 등도 마찬가지...“빨리 끝났으면 바람”

16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화정리에 위치한 AI통제초소에서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김현규 왕곡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팀장 등이 농장에 출입하는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AI이동초소 근무 교대 후엔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야 해요. 초소 근무 때문에 원래 맡은 업무가 많이 밀려 요새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습니다…”

남도일보 취재팀이 16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화정리 AI통제초소에서 만난 김현규 왕곡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팀장은 요즘 하루 일과를 설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팀장과 함께 초소를 지키던 이지선 주무관도 “현재 왕곡면 농정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시 보조사업 등 처리할 일이 많아 저도 야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을 비롯한 왕곡면사무소 직원 12명은 새해 첫날부터 왕곡면과 인근 면 산란계·오리 농가 앞에 마련된 AI통제초소에서 2인 1조로 24시간 3교대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AI가 발생한 시·군 농가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방제 인력을 추가 투입키로 하면서부터다. 전남에선 AI 검출이 확인된 나주와 영암, 장흥, 강진, 고흥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통제초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농가에 출입하는 차량이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받고 소독필증을 받았는지를 확인한 뒤 고압소독기로 2차 소독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차량의 출입시간 등을 일일히 기록한다. 하루 8시간 이상 통제초소에 발이 묶이다 보니 당초 맡은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야근은 필수가 됐다. 그마저도 방역인력 부족이 심한 일부 시·군은 퇴직 공무원과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인력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농장주나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통제하는 것도 이들의 주된 임무다. 이날 오전에도 김 팀장 등이 지키는 통제초소에선 소독필증을 받지 않은 차량의 소유주가 필증을 받고와야 한다는 김 팀장의 말에 항의하는 등 한동안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팀장은 “출입시간을 자세히 기록하고 차량을 통제하다 보니 농장주들이 불편해 한다. 심지어 농장에서 철저하게 방역을 했다며 초소를 건너뛰려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럴때마다 차분히 설명을 하며, 전체 농가를 위해 적극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된 근무에도 통제초소가 농장 출입전 마지막 방역초소인 ‘AI 방역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보람도 남다르다.

김 팀장은 “고된 업무지만 우리 농가를 생각하면 어쩌겠느냐, 내가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도 “힘든건 사실이지만 제가 지키고 있는 농장은 AI 검출이 안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역민들을 위해 하루빨리 AI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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