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우산 쓰고도 스마트폰…위험한 아이들

‘스몸비 키즈’ 하굣길 교통사고 무방비 노출

해방감에 문자·게임 이용↑…사물 인식률 ‘뚝’

개학 철 사고 많아…“가정·학교 교육 강화해야”

지난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학생들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걱정이 돼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줄 수밖에 없어요. 학교 끝나고 학원 가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게임을 자주 할 때는 주의를 주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지난 19일 오후 1시 40분께 광주 남구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우산들 속에서 하교를 하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든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하교 시간에 맞춰 통화를 하는 가하면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확인하다 주의력이 떨어지면서 학교 앞 빌라에 주차 중이던 차량도 보지 못하고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비슷한 시각 이 학교 후문에서는 학생들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빗 길에 미끄러운 육교를 내려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육교에서 50m 떨어진 횡단보도 앞에서 문자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광주 동구 한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하교 시간이 되자 초등생들이 한꺼번에 출입문으로 몰려나오면서 하나둘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수업 중 와있던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부모에게 하교를 알리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우산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게임을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47·여)씨는 “남편과 제가 둘 다 맞벌이 다 보니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게 됐다”면서 “아이와 같이 길을 다닐 때 게임을 하니라 폰을 손에 안 놓는 걸 보고 지적했지만 그때뿐이다”고 말했다.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일명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들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교통사고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특성상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의력이 크게 떨어진다. 친구 등과 뒤처졌다고 판단하면 뛰거나 무단횡단 등을 하게 된다. 운전자들도 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광주지방경찰청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459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554명이 부상당했다. 기간별로는 방학 중인 1, 2, 11, 12월 총 4달 동안 133건이 발생했다. 1, 2학기 초반인 3, 4, 9, 10월에는 179(전체 39%)건이다. 특히 개학철인 3월과 9월에 각각 45건, 52건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2016년에도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안전 교육 강화로 스몸비에 따른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본부 교수는 “등교 시간 보다 하교 시간 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학교가 끝나면 어린이들이 심적으로 자유스러워진 만큼 전화나 게임, 문자 등을 더 사용한다”면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주의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정이나 특히 학교 교육과정 중 하나인 교통안전교육시간을 이용해 철저하게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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