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가 더 걱정된다

<김중태 前 언론인>
 

#장면하나. 호화로운 주택 높은 담 아래 판잣집 한 채가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판잣집 주인은 윗집과 자신의 집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열심히 일을 해도 이렇게 밖에 살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다. 그런데다 구정물이 자주 윗집에서 쏟아져 내려와 불만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판잣집 주인은 호화로운 저택 주인을 찾아가 수차례 걸쳐 제발 구정물을 밑으로 버리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런데도 이 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상을 써가며 조롱의 말투로 판잣집 주인의 비위를 건들기 일쑤였다.

“아니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게 마련인데 그것도 모르시나요?” 하며 핀잔을 줬고. 그말을 들은 판잣집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어떻게 하면 윗집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계교를 짜내게 됐다. 저택 정원을 향해 굴뚝을 높였다. 그리고 나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땔감만을 골라 불을 지펴댔다.

냄새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던지 저택 주인이 판잣집을 찾아왔다. 그리고 대뜸 “고약한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으니 당장 멈춰라”며 아주 고압적인 자세로 요구해 왔다.

판잣집 주인은 “아니 그렇게도 지체 높으신 분께서 연기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이치도 모르셨습니까?” 라며 복수의 한 방을 먹였다. 그동안 화풀이라도 하듯 계속 고약한 냄새를 피워 올렸다.

고약한 냄새를 견디지 못한 호화주택 주인은 결국 이사를 가야 했다. 상생, 양보, 배려는 이들에게 ‘너무 먼 당신’이었다.

#장면 둘, 고집 센 사람과 나름 똑똑한 사람이 있었다. 둘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고집센 사람은 4×7=27이라 주장하였고, 똑똑한 사람은 4×7=28이라 주장했다. 한참을 다투던 두 사람은 답답한 나머지 마을 원님을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원님이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쳐다본 뒤 고집 센 사람에게 말했다. “4×7=27이라 말하였느냐”라고 물었다. “네. 당연한 사실을 말했는데 글쎄 이놈이 28이라고 끝까지 우기지 뭡니까”고 말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고을 원님이 판정을 내렸다. “27이라고 답한 놈은 풀어주고 28이라고 답한 놈은 곤장을 열대 쳐라”라고….

고집 센 사람은 똑똑한 사람을 놀리듯 쳐다보며 그 자리를 떠났고, 똑똑한 사람은 억울하게도 곤장까지 맞아야 했다. 곤장을 맞은 똑똑한 사람은 원님께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그러자 원님의 대답은 이랬다. “4×7=27이라고 말하는 아둔한 놈이랑 싸운 네놈이 더 어리석은 놈이니라”고.

첫 번째 얘기는 상대를 깔보고 업신여기다가 되레 당한 경우다.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통쾌한 복수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든 싫든 간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숙명적인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고 소통이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얘기는 고집 센 사람과 똑똑한 사람의 아귀다툼이다. 고집 센 사람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똑똑한 사람이 현명한 판단을 못한 경우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주위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남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경우에서 생겨난다.

선거철이다. “정의는 간데없고 이해만 득실 거린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죽이고 죽이는 형국’이다. 도를 넘어선 듯 보인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돌아가는 모양새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분열의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선거후가 더 걱정된다. 뜻하지 않은(전략공천) 결과를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민주적 절차는 대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과정중 하나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서로간의 다툼이 더 험하고 심해질 조짐이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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