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셨나요?

‘속’상하셨나요?

<이상영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점심시간’을 꼽는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행복한 점심시간이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속을 버리기 십상이다.

실제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약품 소비량 1위는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에 관한 약으로 나타난다. 평소 불규칙적인 식사와 과음, 정신적 스트레스가 우리의 소화 기능을 악화시키는 탓이다.

이처럼 많은 현대인들이 “오늘 뭘 먹을까”와 같은 고민을 매일 하지만, 음식을 먹은 후 몸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복부의 불쾌한 느낌이나 속쓰림 등 이상 증상이 반복돼도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불량이 지속되는 경우 위장관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한다.

기질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반복적으로 상복부 통증이나 팽만감, 조기 만복감(식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가 불러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과 같은 이상 감각이나 오심, 구토, 트림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하여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소화 상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반 증상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위산의 과다한 분비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 십이지장염, 위나 소장의 운동 능력 저하, 심리적 요인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전 및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이 질환의 연구 및 진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로마기준’이 사용된다.

지난해 개정된 로마기준Ⅳ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은 크게 식후 불편감 증후군(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 PDS)과 명치 통증 증후군(epigastric pain syndrome, EPS)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식후 불편감 증후군은 지난 6개월 전에 시작되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식후 더부룩함 혹은 조기 만복감이 1주일에 3일 이상 있는 경우이고, 명치 통증 증후군은 6개월 전에 시작되어 3개월 이상 지속되었던 명치 통증 또는 명치 화끈거림 증상이 1주일에 하루 이상 있는 경우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전 세계적으로 10~30%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역류성 식도염 및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과 동반될 수 있는 높은 빈도의 질환이다. 따라서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검사 및 처치가 필요한 급박한 질환은 아니지만, 이유 없는 체중감소, 잦은 구토, 심해지는 삼킴 곤란, 위장관 출혈 등의 경고 증상이 있을 경우 진단적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45세 이상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위, 대장 내시경이나 위장공능검사 등의 진단검사를 통해 소화불량의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데, 기능성 소화불량의 경우 검사 결과는 정상인 것으로 나타난다. 기능 장애를 진단하는 특별한 검사 방법은 없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이처럼 진단이 명확하지 않고 치료 방법도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우선적으로 생활습관 교정이 권장되고, 위장관운동촉진제나 위산분비억제를 위한 제산제나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 진통을 위한 항우울제 등의 처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위장관운동촉진제는 위장관 신경에 작용해 운동을 조절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우울 및 불안, 두근거림 등 다양한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이 외의 약물 처치도 여러 부작용이 보고돼 있으며, 환자의 자체적인 소화 능력 개선보다는 증상의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침, 전침, 뜸, 한약, 약침 등의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국내의 연구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2006년에는 듀크대 의대에서 발표한 소화불량에 대한 침 치료 리뷰 논문을 통해 침 치료의 위장관 운동 조절, 위 배출능 개선, 항 구토효과가 국제적으로 증명됐다.

임상적으로 침에 전기자극을 더한 전침 시술이 다용되고 있으며, 복부의 경혈에 약침액을 주입하는 약침 시술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의학적 치료시에는 설문지 작성과 문진에 더하여 맥진, 설진, 복진, 교감신경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양도락 검사 등을 통해 소화불량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습관적으로 소화기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본인의 생활패턴을 한번 들여다보자.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상의 문제가 기능성 소화불량의 직접적인 유발인자인지의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상당수의 환자들이 올바른 행동교정을 통해 증상의 개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하나의 신호이다.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해 줘야한다.

건강한 식사와 적당한 운동,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의료진의 전문적인 치료를 더하면 고질적인 소화불량을 해결할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올바른 식사를 통해 ‘속’ 상한 삶이 아닌 ‘속’ 편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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