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식도락 관광과 남도음식

외국인의 식도락 관광과 남도음식

<김영미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문화체육관광부가 재작년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 방문기간 중 외국인이 참여한 주요활동의 첫째는 쇼핑이고 둘째는 식도락 관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경관 감상이나 유적지 방문이 많을 것 같지만 쇼핑과 식도락 관광에 훨씬 못 미친다. 원래부터 쇼핑 목적으로 방문한 관광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쇼핑이 1위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할 만한 대목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식도락 관광이다. 외국인이 어떤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던 간에 하루 세끼 다 식사하기 마련인데, 방한기간 중 주요 활동을 식도락 관광이라고 대답한 외국인들은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한식 식사를 식도락의 범주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식도락 관광의 핵심은 한식 맛보기다. 최근 한류의 한 영역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 어느 나라 음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푸짐한 상차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도락 관광지로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종가집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도가 첫 손에 꼽힌다. 우리가 흔히 남도음식이라고 통칭하는 전라도의 맛깔스러운 음식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부터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전라도는 예로부터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맛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라도 음식은 농경시대 때부터 비옥한 땅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 서해와 남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수산물 등 풍부한 물산과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어머니의 손맛,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명인들의 음식솜씨, 심지어 전라도 땅으로 유배 온 한양 양반들의 먹거리 문화까지 한데 어우러져 빚어진 종합예술이다.

남도음식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린 한정식(또는 백반)이라고 생각한다. 10가지 이상의 반찬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20여 가지에 이르는 남도의 한정식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토속적인 전라도 음식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담양과 영광의 풀코스 한정식은 먹는 이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고 스토리텔링까지 곁들이면 귀까지 즐겁다. 남도 맛 기행을 다녀가는 여행 작가들이 전라도의 토속음식은 ‘게미’가 있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게미’란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한정식 밥상에 등장하는 몇몇 반찬들이 ‘게미’의 원천이다.

지역에 따라서 소문난 단품 요리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담양의 떡갈비와 죽순요리, 함평천지 한우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한우구이나 육회 비빔밥, 영광을 대표하는 수산물 굴비와 백합 요리, 장성의 메기탕과 산채 비빔밤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남도의 음식은 그동안 국내 관광객에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전라도 지방을 사업차 방문하거나 출장을 오는 직장인들은 다른 지방에서 찾아보기 힘든 맛 집을 찾아가 식도락을 즐기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라도 음식을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전라도는 타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해서 쇼핑관광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이나 제주도, 강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가 적은 전라도가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식도락 관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식문화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협력하여 국제 수준의 서비스 대응 태세를 갖추고 적극적인 대외 홍보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