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행복나눔…아름다운 자원봉사

(28)광주 북구 일곡도서관 열람팀

그림책 읽어주며 ‘마음’까지 채워줘요~

도서관 자원봉사 학생들 또 다른 활동 연계

92세 어르신도 어릴 적 ‘화가’ 꿈 이뤄드려

열림팀, 봉사·책 소중함 일깨워주는 길잡이

‘형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광주 북구 살레시오고등학교 동아리‘봉사이야기’ 학생 10여 명은 매달 두 차례 씩 북구 일곡도서관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읽기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머리에 각 자 맡은 역할 가면을 쓰고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
/일곡도서관 제공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배운 10진분류법대로 책을 꽂고 있는 모습. /일곡도서관 제공
90여세에 화가 꿈을 이룬 김순녀(92)할머니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 /일곡도서관 제공
지난 16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일곡도서관. 이 도서관 열람실에는 북구 살레시오고등학교 동아리‘봉사이야기’ 학생 10여 명이 도서관 열람팀 직원들을 도와 책을 정리하는 등 봉사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책 정리는 마친 뒤 어린아이 등 주민들에게 그림책도 읽어줬다. 일명 ‘형님들이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봉사를 진행 중인 학생들은 머리에 각 자 맡은 역할의 가면을 쓰고 생동감 넘치게 책을 읽어나갔다. 학생들은 쉬는 토요일을 맞아 도서관을 찾았지만, 힘든 내색 없이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학생들은 주민과 함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종이 열쇠고리’ 만들기 등 봉사도 펼쳤다. 당초 학생들은 내년 1월까지 매달 두 차례씩 도서관 정리와 그림책을 읽어주는 봉사만 계획 됐지만, 학생들 스스로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 활동도 추가로 만들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봉사활동 점수를 받기 위해 시간만 떼우기 식 봉사가 아닌 스스로 또 다른 활동을 만들게 된 사연에는 일곡도서관 열람팀 직원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이다. 열람팀 직원들은 학생들이 단순히 1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고 봉사를 통해 또 다른 봉사를 연계시키고 책의 소중함 등을 일깨워주고 있다.

열람팀 직원들은 도서관 내 봉사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진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직원들은 열람실 한 켠에 걸려있는 김순녀(92)할머니의 그림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꿈은 언젠가 꼭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곡도서관 단골 손님이던 김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 읽고 마음에 드는 삽화를 골라 그림을 그렸고, 그렇게 그리기 시작한 스케치북이 4년여 만에 30여권, 작품 수는 500여 장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일곡도서관 로비에서 김 할머니 개인 그림 전시회까지 열렸다. 할머니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열람팀 직원들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

열람팀 직원들은 항상 도서관에서 2시간 가량 책을 보는 할머니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직원들이 할머니에게 먼저 찾아가 2시간 가량 책을 고르는 이유를 물었다. 할머니는 어릴 적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중학교도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할머니 사위가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사다 줘 그림을 그리기 시작, 처음에는 나비 등을 그리다 본격적으로 동화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들었다.

열람실 직원들은 사연을 듣고 며칠 후 할머니가 그동안 그린 그림을 살펴봤고, 그 그림으로 할머니의 화가 꿈을 이뤄 드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시회까지 기획했다.

이처럼 열람실 직원들은 도서관에 봉사하러 온 학생들에겐 ‘마음으로 봉사하는 공간’, 어른에겐 ‘늦깍이 꿈도 이뤄주는 공간’ 같은 친밀함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직원들은 앞으로도 도서관이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닌 책과 봉사의 소중함, 지역 문화 공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송경희 일곡도서관장은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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