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와 자동차공장

<김영미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축제공화국이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축제가 많다. 일 년 내내 여기저기서 각양각색의 지역축제가 열린다. 수 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축제가 있는가 하면, 이름도 생소하고 개념도 모호한 국적불명의 축제도 적지 않다. 상당수는 민선자치가 실시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신생 축제들이다.

필자가 전남도내 지역축제 평가에 참여한지도 수년이 됐다. 그동안 여러 시·군을 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점이 많다. 평가하는 입장 보다 공부하는 입장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어떤 축제는 지역 주민과 외래 관광객이 함께 삶의 활력소를 만들어가는 제대로 된 어울마당이어서 보기 좋았다. 반면 어떤 축제는 누구를 위해 왜 열리는 축제인지 알 수 없어 안타깝기도 했다.

좋은 축제가 됐든 나쁜 축제가 됐든 공통적으로 드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 “왜 우리는 아직도 이런 축제를 공무원에게 의존하는가?”이다. 겉으로는 축제추진위가 구성돼 있어 민간주도 행사 같지만 대개는 관주도이다. 계획 수립부터 행사진행, 사후평가 등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이 주체가 된다. 민간단체나 행사전문 업체에 떼어 주는 부분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자치단체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으로 추진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공직사회가 민간역량을 과소평가해서이다. 민간에게 맡기면 어쩐지 불안하고 못 미덥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바쁜 공무원들이 밤샘을 해가며 준비를 한다. 축제기간 중에는 축제와 관련 없는 부서 직원들까지 총동원되어 올인한다.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일본이나 유럽처럼 주민들의 창의와 참여로 치르는 축제다운 축제를 한국에서 만나기 어렵다. 능력이 없으니 못 맡기고 안 시켜주니 능력을 키울 기회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관주도를 실질적인 민주도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민간을 믿고 한번 맡겨봐야 한다. 초기의 시행착오나 실패도 감수해야 한다. 언젠가는 공무원들의 우려가 기우로 판명되는 날이 올 것이다. 관광분야의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다. 도나 시군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관련 산업체를 지원하거나 마을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에서 민간이 잘하고 있는 영역을 관에서도 해보겠다고 나선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광주광역시가 현대자동차와 합작투자를 하여 빛그린산단에 완성차 위탁 공장을 세우겠다는 구상이 과연 타당한가이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광주시가 민선 6기에 최대의 역점을 두어 추진해 왔고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반영된 노사상생의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고용위기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광주시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정된 투자협약식 조인이 미루어진 채 민선 7기로 공이 넘어 왔다. 이용섭 시장도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며 협약이 조기에 체결되도록 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법률적 검토와 협상과정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주시가 직접 투자 하는 대신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간접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광주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도 예견된다.

차제에 자치단체가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자동차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근본적이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자동차와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공장 설립은 전적으로 현대차가 하고, 광주시는 종사자의 주거·교육·의료·교통 같은 복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민간이 할 수 있거나 더 잘하는 일은 민간에게”를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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