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로부터 배워야 할 두 가지 교훈

배미경 (주)더킹핀 대표/언론학박사

배미경 대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더 포스트>. 이 영화는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베트남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 정부가 전쟁의 실상을 속이고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베트남전의 참담한 실상이 담긴 펜타곤(국방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한 뉴욕타임즈가 첫 보도를 단행한다. 하지만 보도금지 가처분 조치가 내려져 진실의 통로가 막힌다.

보도의 기회는 워싱턴포스트에게 넘어왔다. 하지만 후속 보도를 강행하려는 편집국장과 신문사 경영진 사이에 의견이 충돌한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경영위기에 몰려 신문사 주식을 공개하고 투자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상황이었다. 이사들은 베트남전 보도가 닉슨 정부와 워싱턴포스트 사이에 불화를 심화시키고, 투자자들도 회사에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며 후속보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결정은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몫. 그녀는 진실을 알려야한다는 편집국장의 손을 들어주며 ‘보도강행’을 선택한다. “권력과의 밀월을 즐기면서 돈을 쫓을 것인가”, “진실 보도의 편에 설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정확하고 옳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베트남전 보도 이후 닉슨정부의 민주당사 도청사건을 다룬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낙마시키면서 세계적 정론매체로 성장했다. 또한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47회 수상하는 등 탐사보도의 대명사로 언론학 교과서에 실린다.

정론직필을 고수했던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다시 경영위기에 빠진 2013년,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유통전문회사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게 신문사 매각을 결정한다. “정통 저널리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유통회사 출신이 신문을 경영한다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아마존에 인수된 지 2년 만에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즈를 추월해 매월 3천 만 명 이상의 독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미국 최대의 디지털뉴스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비법은 뉴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하나의 기사를 고객의 취향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가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기법 도입에 있었다. 또한 편집국을 디지털 체제로 완전 전환했으며, 모바일 세대인 젊은 기자들에 대한 투자와 훈련에 집중했다. 전체예산의 10%는 디지털 콘텐츠 연구 개발에 할당했다. 그들의 혁신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뉴스 고객의 니즈에 충실하고자했던 방법이 먹힌 것이다.

연방체제에서 미국은 거의 모든 신문이 지역신문이다. 오히려 지역의 유력지가 미국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이 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미국이기도하다. 본격적인 지방분권시대와 완전한 디지털 뉴스 소비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 지역신문에게 워싱턴포스트의 사례는 두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먼저 ‘공정, 정확, 진실보도’라는 저널리즘 원칙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장 마틴 배런은 “어떤 매체 환경이든 가치 있는 저널리즘을 실현하면 통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에는 저널리즘의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공정하고,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라고 했다.” 펜타곤 기밀문서 보도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워싱턴포스트는 어떻게 됐을까?

다음으로, 혁신마인드의 중요성이다. 왜 워싱턴포스트는 신문사를 살려낼 대안으로 언론 전문가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CEO 제프 조베스를 선택했을까? 당시 워싱턴포스트 경영진의 말에 그 해답이 있다. “신문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 우리는 디지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언론을 언론답게 지켰던 그들의 생각,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남다른 생각으로 위기에 대응했던 그들의 마인드가 워싱턴포스트의 141년 역사를 만들었다.

정견(正見)과 선견(先見)이 어우러지면 명견(明見)이 된다. 이것이 지역언론이 추구해야 할 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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