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9년 만에 가족 유전자 추가 확보

5·18 행방불명자 신원 밝혀질까
광주시, 9년 만에 가족 유전자 추가 확보
부엉산·주남마을 유골 신원 밝힐 열쇠 될듯

5·18 미완의 과제 가운데 행방불명자(행불자)로 남은 무명 열사들의 신원 확인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가 9년만에 5·18 행불자 가족들의 유전자(DNA)를 추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보된 유전자는 지난 1989년 1월 광주 부엉산 기슭에서 발견된 ‘부엉산 유골’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무명열사 5기, 주남마을에서 발견된 유골 2기의 신원을 밝힐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유전자 분석 공고를 통해 5·18 행방불명자 28명의 가족 37명 중 23명의 혈액을 채취했다. 나머지 14명에 대해서는 9월 7일 혈액 확보에 나선다. 시는 혈액이 확보되는 대로 부엉산 유골과 국립5·18민주묘지 안장 무명열사 5기, 주남마을에서 발견된 유골 2기의 유전자와 대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 시는 5·18행불자들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전남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용역을 맡기고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에 걸쳐 행불자 124명의 가족, 299명의 혈액을 확보·보관하고 있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행불자 가족 299명의 유전자와 대조 작업을 벌였지만 일치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38년이라는 세월 동안 돌아오지 않은 행불자를 기다리고 있는 유가족들에겐 이번 유전자 추가 확보가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되고 있다.

1980년 5월을 전후해 행불자로 신고된 이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사를 거쳐 5·18관련자로 인정받은 이는 82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6명은 지난 2002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밝혀졌지만, 나머지 76명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광주항쟁 직후인 1989년 발굴된 부엉산 유골과 주남마을 유골은 1998년 서울의대 조사팀이 최초 감정했지만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후 2002년 전남대 법의학교실 박종태 교수는 5·18행불자 유가족과의 유전자 분석 감정결과 염기서열과 유전자 분석이 불완전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확인했다.

‘부엉산 유골’은 지난 1989년 1월 13일 광주 동구 녹동마을 인근 ‘부엉산’기슭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유골의 두개골엔 지름 5㎝ 가량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계엄군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녹슨 탄환 1천500여발과 M1 탄창 30여 개 등이 함께 나왔다. 부엉산 일대는 1980년 5월 당시 7공수·11공수가 주둔했던 곳이다.

신고자 윤영길씨는 1980년 5월 말께 뱀을 잡기 위해 부엉산에 올랐다가 해당 주검을 발견했지만 겁에 질려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9년 뒤 유골 발굴 작업 추진 공고를 보고 5·18광주민중항쟁 부상자 동지회에 제보했다.

부엉산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주남마을에선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의 두 차례 버스 총격으로 인해 수십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살아남은 2명은 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사살된 뒤 암매장됐다. 주남마을 유골은 1989년 6월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부엉산 유골과 주남마을 유골은 발견 당시 5·18 행불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5·18 행불자를 찾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유가족 미확인 유골의 신원을 밝히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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