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의 섬’완도 소안도에 펄럭인 태극기 물결 ‘감동’

‘제1차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기행’동행기

‘항일의 섬’완도 소안도에 펄럭인 태극기 물결 ‘감동’

일제 강점기 역사 현장서 광복 73주년 의미 되새긴 뜻깊은 행사

참가자 140명, 항일운동기념탑 앞 ‘만세 삼창’에 애국심 절로

폭염도 날려버린 미라리 상록수림 해변 ‘작은 음악회’선율 여운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기행단’참가자들이 지난 15일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 앞에서 기념 헌화한 뒤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전남 섬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 기행단’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남도일보가 주최한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기행단’에는 140여명이 참가했다. 첫 번째 장소는 우리나라 항일독립운동 3대 성지인 ‘소안도’다.

소안도(所安島)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7.8㎞ 가량 떨어진 곳으로 ‘편안히 살 만한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소안도는 그리 편안하지 못했다. 이 조그만 섬이 항일 구국의 횃불을 환하게 들어올린 탓이다. 정부 건국 훈장을 받은 20명을 포함해 89명의 항일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소안도가 ‘항일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역 언론 최초로 시도된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 기행단 140여명과 함께 한 동행취재를 통해 일제 강점기 항일정신이 살아 있는 소안도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항일의 섬’ 소안도를 가다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7시,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 기행단’ 140여명은 광주광역시청에 모여 완도읍 정도리 화흥포항으로 향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칠 만도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별 힘든 기색없이 밝은 표정을 보였다.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2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화흥포항에 들어서자, 소안도행 배가 역사문화 기행단의 눈길을 끈다. ‘항일의 섬’소안도에 오가는 이름에 걸맞게 ‘만세호 나라사랑’란 글씨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역사문화 기행단을 실은 만세호는 오전 9시 50분께 ‘부~웅’ 뱃고동을 길게 울리며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갔다.
 

소안도행 배에서 바라본 푸른바다.

배가 몇 분 더 나아가니 푸른 하늘과 맞닿은 서남해안의 바다 풍광이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비경을 카메라에 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중간 기착지인 노화도 동천항에서 주민들과 관광객 일부를 내려놓고 15분 정도 더 운항한 배는 드디어 소안도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이 소안도에 도착한 모습.

배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길가 곳곳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물결’이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 3~4m 간격으로 세운 깃대 위에는 바닷바람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또 소안도항 입구, 매표소 가는 길목에는 소안배달청년회 명의로 세워진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는 표지석도 낯선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안도항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

비단 항구 근처뿐만이 아니다. 소안도는 지난 2012년부터 전체 1천여 가구가 365일 태극기를 게양하는 등 항일운동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소안도를 ‘태극기 섬’이라고도 부른다.

◇성지에서 만난 선열들의 민족정신

그렇다면 어떤 항일운동 역사가 깃든 곳이기에 지금도 섬 전체가 태극기로 덮여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역사문화 기행단은 소안면 가학리로 향했다.

가학리에는 당시 항일운동 정신의 교육장인 사립소안학교와 기념관, 기념탑 등이 세워져 있어 소안항일운동의 성지로 방문객들에게 선열들의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참가자들이 소안항일기념탑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출범한 (사)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는 이듬해인 2003년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을 건립했으며 2005년에는 소안 항일기념탑을 상징물로 세웠다. 바로 옆에는 소안학교를 그대로 복원(2005년)해 주민이 이용하는 작은도서관과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념관은 1905년 일제가 소안도 주민의 토지 전체를 몰수해 사도세자의 5대손이며 일제로부터 자작 칭호를 받은 이기용에게 소유권을 넘겨주자 이에 대항해 일제를 상대로 소송, 무려 13년 만에 승소를 이끌어낸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청구소송’ 기록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숭고한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역사문화 기행단은 우선 소안항일운동기념관 광장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이어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73돌을 맞은 광복의 의미를 되새겼다.

◇아름다운 풍광도 ‘으뜸’

역사 이야기로 가슴을 채웠던 기행단은 섬 동쪽 미라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몽돌로 이뤄진 해변과 투명한 바닷물,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 그리고 대자연이 만드는 평화로움까지 어우러진 해수욕장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도 전에 더위를 잊게 해준다.

 

 

 

 

 

미라리 해변에서 진행된 작은음악회.
항아리처럼 안쪽으로 움푹 파인 지형 덕분에 파도가 세지 않아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을뿐더러 낚시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미라리몽돌해수욕장에서는 파도소리와 함께 무더위를 떨치는 시 낭송을 겸한 음악회를 가졌다. 또 역사문화 기행단은 버스투어를 통해 물치기미 전망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 등 소안도 곳곳의 아름다운 비경도 감상했다.

이날 참가한 진유화씨는 “역사문화 기행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알고 순국선열 애국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일일이 역사의 현장을 안내한 이대욱 소안항일운동기념회장은 “광복절에 항일의 섬인 소안도를 찾아주신 ‘남도 섬사랑 역사문화 기행단’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 “일제 강점기 당시 불의를 참지않고 분연히 일어선 소안도 주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손들이 길이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중서부취재본부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사진/참가자 윤명자·진유화·김미정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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