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논란…종착역 향하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필요성vs백지화 공방 지속…지역사회 피로감 ‘극도’

민선 7기 공론화 검토 방침에 또다시 논란 ‘재점화’

우여곡절 끝 공론화위원회 출범…‘숙의 조사’ 결론

11월 권고안 제출…“지역 논쟁·갈등 끝낼 시기 도래”
 

지난 2004년 개통한 광주 도시철도 1호선이 지상 구간인 용산 차량기지에서 지하구간인 다른 역사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광주시 제공

16년간 논란을 거듭하며 부침을 겪어왔던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또다시 기로에 섰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기본계획이 고시된 지난 2002년부터 필요성과 백지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고 운행노선, 건설방식, 차량형식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검토 방침으로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선회하는 악순환도 되풀이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분열과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았고 지역사회는 피로감에 휩싸였다.

그 사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보다 늦게 기본계획이 승인된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 2016년 개통됐고 대구 도시철도 3호선도 2015년 개통됐다.

민선 6기 시절 어렵사리 저심도 경전철 방식을 확정한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착공을 눈앞에 뒀으나 민선 7기 들어 또다시 시민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를 뚫고 어렵사리 시민공론화위원회가 9월 출범했다. 이제 찬바람이 부는 11월이면 지리한 공방의 ‘종착역’을 맞이하게 됐다. 도시철도 2호선을 놓고 수 십년간 이어져온 분열과 갈등의 사슬을 끊어낼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숙의형 공론화’방식으로 최종 결정되는 시민공론화위의 최종 권고안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건설이냐vs백지화냐’갈등=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1994년 3월, 1호선과 함께 정부의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다. 당시에는 각화동에서 효천역까지 13.7㎞ 규모였다.

1996년 시작된 1호선(2004년 4월 개통) 건설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2002년 10월, 길이 27.4㎞, 정거장 34곳, 지상고가 순환형, 사업비 1조3천3천375억원으로 기본계획이 변경됐고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박광태 시장 재임 시절인 2005년 11월 광주시는 지상과 지하 건설을 놓고 논란이 일자 고심 끝에 건설방식을 지상고가로 확정했다.

그러나 노선 논란 등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사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강운태 당시 시장은 건설방식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일부 시의원은 원안 추진을, 시민단체들은 추진 중단을 촉구했고 건설 여부를 묻는 시민 여론조사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도시철도 2호선은 2010년 12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듬해 11월, 광주시는 또다시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당초 지상고가 건설방식을 저심도 지하방식으로 바꾸면서 다시 한번 기본계획이 변경됐다.

2014년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도시철도 2호선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시장은 인수위 시절부터 2호선 건설 재검토 방침을 밝혔고, 여론조사 등 시민 의견수렴절차가 반복됐다.

윤 시장은 결국 2014년 12월 원안 건설을 선언해 논란을 종식하는 듯 했으나 2015년 3월, 저심도 방식을 기본으로 한 기본설계 용역이 중단됐다.

푸른길 훼손 방지 대책 등으로 사업비가 2조71억원(2014년말 기준)에서 지하 지장물, 푸른길 구간 보존 사업비 등 3천56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해 11월 광주시는 ①원안 ②저심도+지상구간 확대 ③저심도+노면(트램) ④전면 트램 ⑤모노레일 등 5개안을 제시하면서 사업 진행을 원점으로 돌렸다.

건설이냐, 백지화냐를 놓고 지역사회는 또다시 대립했다. 결국 2016년 2월, 광주시는 원안중심형 저심도 경전철 건설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수 십년간 끌어온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당시 시는 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의 순환구간과 백운광장~진월~효천역의 왕복구간 등 41.9㎞를 저심도 경전철 방식으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설계상 예상 소요 사업비는 2조549억원이다.
 

광주 시민들이 광주도시철도1호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민선 7기 다시 시작된 ‘논쟁’=민선 7기 이용섭 호가 출항하면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용섭 시장이 후보 시절 시민참여를 통한 의사결정을 약속하면서다.

시민단체들은 저심도 방식으로 도시철도를 건설할 경우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며 줄기차게 재검토를 요구해 왔고 결국 시민공론화까지 이끌어냈다.

이 시장은 ‘찬 바람이 불기 전까지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결정할 것’을 전제로 시민권익위원회를 중재자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도시철도 2호선 저심도 방식 건설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은 광주시에 시민참여형 숙의 조사 방식을 제안하고 공론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행정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시는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했고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의 중재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려 했으나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방식을 놓고 시민모임과 갈등은 깊어졌다.

시민모임은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이 제시한 공론화위원회 先구성마저 거부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지난 8월 시민모임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기존 공론화위원 후보 명단을 철회하고 이용섭 시장이 수차례 밝힌 ‘찬바람이 불기 전’ 시한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놓고 광주시와 시민모임 측의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광주시는 공론화위원회는 중립적인 인사로만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시민모임 측은 중립적 인사 7명에 찬반 양측의 각각 2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하자 최 위원장은 최종 중재안을 내놓기 이르렀다.

최 위원장은 ‘중립적 인사 7명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숙의형 조사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골자로 한 4가지 최종안’을 광주시와 시민모임, 시민단체협의회에 제안했다.

중립인사 7명으로만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중립 7인제’는 시가 요구해온 사안이고 ‘숙의형 조사’는 시민모임 측에서 시종일관 주장해온 방식이다. 시와 시민모임이 제시한 핵심 요구안을 모두 수용한 일종의 혼합형을 ‘최종 카드’로 제시한 셈이다.

4가지 제안은 ▲이미 선정된 중립적 인사 7명으로 공론화위 구성 ▲숙의형 조사 방식을 적용하되 구체적 기법과 절차는 공론화위에서 결정 ▲11월10일까지 공론화에 따른 도시철도 건설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광주시장에게 권고할 것 ▲공론화를 거쳐 도출된 결과에 대해 양측이 조건없이 수용할 것 등이다.

최종안에 시민모임을 제외한 시와 시민단체협의회가 공식 수용 입장을 나타내면서 공론화위원회 구성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지난 9월 17일 시청 협업회의실에서 광주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홍기학 동신대교수, 김미경 조선대교수, 최영태 위원장, 정종제 행정부시장, 김은희 전남대교수, 김기태 호남대교수, 박강회 변호사)

◆공론화위 출범·숙의 조사 통해 11월 권고안=각종 진통 끝에 9월 17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이제 ‘공’은 공론화위로 넘어가게 됐다.

공론화위는 최영태 광주시 시민권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박강회 변호사(법률), 홍기학 동신대 교수(조사통계), 김기태 호남대 교수·김은희 전남대 교수(소통), 김미경 조선대 교수·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갈등관리) 등 7명이 참여한다.

공론화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애초 시민단체와 합의한 대로 ‘숙의형 공론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1차례 이상의 전체 회의와 분과별 회의를 열어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건설 방식 등과 관련한 공론화를 논의하게 된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회의에 방청을 허용하지 않고 회의결과를 바로 공개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향후 4주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숙의조사 등을 실시해 최종 권고안을 내놓는다.

한 달여 준비기간에는 공론화 절차나 숙의조사 방식 등에 대한 설계를 비롯해 시민사회·시의회와 협의, 전문가 자문회의, 용역업체 선정, 시민홍보 등을 진행한다.

이어 시민들(5천여명 예상)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찬반의견과 숙의형 조사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이를 통해 지역별·연령별·성별로 안배된 300~350여명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한다.

이들 배심원단에 2주 동안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 자료를 숙지하도록 한다. 또 1박 2일 동안의 합숙을 통해 찬반 양측의 발제와 토론, 전문가가 주도하는 10명 단위 분과별 토론, 전체 질의응답 등을 거쳐 지하철 건설 여부와 방식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공론화위는 공론화 과정의 공정한 관리 등을 통해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한 공론화 결과를 오는 11월 10일까지 권고 형태로 광주시장에게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공론화위원회 출범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논란은 두 달 뒤면 종지부를 찍게 된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만나게 될 종착역에서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불식시키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영태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시민이 현명하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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