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쓴 새역사…“이제는 한라로”

문대통령, 천지·백록 합수…“서울 방문때 한라산도”

삼지연공항서 귀환…프레스센터 방문 대국민 보고회

평양-백두까지 대장정 마무리
 

백두산 정상에서 손잡은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올라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백두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로 일관한 문 대통령의 방북 행보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은 천지의 전 모습을 고스란히 열어줬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오전 9시33분께 동시에 도착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의 주요 인사가 미리 장군봉에 도착해 있다가 이들을 맞이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양 정상 부부를 위한 의자와 티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으나,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붙잡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김정숙·리설주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백두에 오른 두 정상의 화제는 자연스레 한라산으로 옮겨갔다. 문 대통령이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을 꺼냈고, 김 위원장은 북측 수행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화답했고, 리 여사가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천지를 배경으로 양 정상 부부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즉석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오전 10시께 4인용 케이블카를 함께 타고 백두산 천지로 이동해 담소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50분가량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천지로 내려가 준비해 간 플라스틱 생수병에 천지의 물을 담았다. 김 여사도 천지 물을 물병에 담자 리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이를 거들었다.

오전에 백두산 등반을 마친 두 정상 부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해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오찬을 마친 문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공군 2호기로 삼지연공항을 떠나 2시간 여 뒤인 오후 5시 36분께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서울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취재진들에게 남북정상이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의의를 비롯, 비핵화 방안이나 남북협력 강화 방안, 군사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 방안 등 3대 의제를 두고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에 대해 설명하는 대국민 보고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역지사지’ 자세로 북미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며 “정상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뤘고 최상의 환대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돼야 하므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행해나갈 용의가 있는 점도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 남북이 맺은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가까운 시일 내의 국회회담 개최와 지자체의 교류 활성화에도 합의를 이룬 점도 성과로 꼽았다. /평양공동취재단 서울/장여진 기자 jyj@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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