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공동기획>

빛가람 혁신도시 시즌 2 진단과 대안은

<5>정주여건 문제 및 개선방향

올해 인구 3만명 돌파에도 주민들 삶의 질 성적표 ‘낙제점’

10개 혁신도시 중 만족도 9위…55% “떠나고 싶은 적 있다”

교육·교통 등 인프라 확충 시급… 고질적 민원도 해결해야
 

지난 2007년 첫 삽을 뜬 빛가람 혁신도시는 한전 등 15개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축 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상전벽해 도시’가 됐다. 사진은 빛가람 혁신도시 전경. /나주시 제공

지난 2014년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의 A(36)차장은 현재의 회사 시설과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혁신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자기계발과 여가활동,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문화·스포츠·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 차장은 “빛가람 혁신도시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은 커녕 변변한 마트조차 찾기 힘들다”며 “혁신도시 기능이 제자리를 잡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첫 삽을 뜬 빛가람 혁신도시는 10년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한전 등 15개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축 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한적하던 시골 마을은 고층 건물 군락단지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빛가람 혁신도시의 인구가 3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당초 목표로 내세운 오는 2020년까지 2만 세대, 인구 5만명의 자족도시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빛가람 혁신도시가 인구 5만 명의 자족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주민 생활의 기본적인 근간이 되는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살기 불편하다고 이주를 미루고, 사람이 없다보니 시설이 늘지 않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주민 만족도 전국 최하위권

빛가람 혁신도시의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은 단연 ‘인구 증가’다.

혁신도시(빛가람동) 인구는 지난 6일 기준 1만2천126가구에 3만20명으로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2월 동 주민센터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빛가람동의 인구 증가는 나주시 전체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 2013년까지 감소 추세이던 나주시 인구는 2014년부터 연평균 3.42%의 인구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0∼14세의 영·유아 및 아동 인구와 30∼44세의 청년층은 연평균 5.5%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민센터와 경찰서 등 주민 편익 공공시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빛가람 혁신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상당수 주민들은 주거, 편의·의료서비스, 교육, 여가활동 분야에서 큰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빛가람 혁신도시는 10개 혁신도시 중 만족도가 9위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만족도는 52.4점인데 반해 빛가람 혁신도시는 이보다 낮은 48.9점을 기록했다. 꼴찌인 충북 혁신도시 40.9점 다음으로 낮았다. 빛가람 혁신도시는 분야별 만족도 조사에서도 최하위권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환경(전국 평균 50.9)은 48.5점, 여가활동 환경(평균 45.2)은 41.2점, 그리고 주거환경(평균 58.9점)은 54.4점, 편의·의료·서비스 환경(평균 49.9점)은 48.5점에 그쳤다.

그나마 교통환경(평균 44.5점)은 45.6점으로 중위권을 차지했지만, 버스 노선 확충 및 배차 간격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러기 가족’은 언제까지 지속되나

이러한 정주 여건 불만족은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얼마나 데려왔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빛가람 혁신도시 이주 직원 전체 6천329명 중 42.5%인 2천238명이 가족과 떨어져 나홀로 거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 직원 10명 중 4명 이상이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이주한 것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나홀로 이주 직원 인원은 빛가람 혁신도시가 가장 많았다. 비율로는 경남 혁신도시가 51.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빛가람 혁신도시가 두 번째였다.

반면 가족동반 이주자는 2천238명으로 35.4%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독신 및 미혼인 직원은 1천372명(21.6%)이었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까지 출·퇴근을 강행하는 직원도 29명(0.5%)이었다.

정주여건 불만족은 광주전남연구원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지난 2016년 빛가람동 주민 2만6천671명 중 표본수 1천113명(기존 주민 588명, 이전기관 직원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55.1%가 ‘혁신도시를 떠나고 싶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민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주변 지인에게 혁신도시 이주를 권한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다. 이곳에 입주한 이전 공공기관 직원 상당수는 삶의 만족도가 낮은 탓에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셈이다.

◇교육·교통 인프라 확충 ‘시급’

전문가들은 빛가람 혁신도시가 발전하려면 교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만 ‘나홀로 거주’ 직원들의 가족 동반율이 높아지고 순차적으로 빛가람 혁신도시의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초등학교 4곳와 중학교 2곳이지만, 대학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아이들을 보낼 만한 학교가 없다’는 문제는 수도권에서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원들이 나주에 혼자 내려와 살고 있는 결과를 초래해 도시 활성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공공기관의 직원 B(51)씨는 “고등학생인 아이의 교육문제를 고민하다 주말 가장의 고통을 감내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이전기관 임직원 및 가족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고등학교가 없다는 현실이다” 고 꼬집었다.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이 공공기관 직원 및 주민을 위해 교육여건 강화를 깊이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도 문제로 꼽힌다. 공공기관의 이전에 따라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빛가람 혁신도시 진입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나주시 도로망 체계 분석결과, 방사형 도로망은 국도를 중심으로 발달돼 있으나 순환형 도로망체계는 국지도49호선 미개설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객터미널은 나주터미널과 영산포터미널이 분산·운영되고 있어 이용자 혼란 및 불편이 많았고, 광주시와 나주시를 오가는 버스 노선 확충 및 배차 간격에 대한 불만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빛가람 혁신도시의 원활한 교통 및 물류를 위해 접근도로망을 신설하고 혁신도시와 타지역간의 광역교통 접근성을 개선을 위해 혁신도시 내 시외버스 정류장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혁신도시와 주변도시를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만 있는 상황에서 교통수단의 다양화의 일환으로 광역철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축산악취 등 고질적 민원도 해결해야

축산악취 문제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주민들의 불편사항일 뿐만 아니라 빛가람 혁신도시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민원이다.

나주시는 지난 2015년 혁신도시 최대 악취원인 호혜원 축산단지를 폐업시켰다. 하지만 매년 악취발생이 집중 되는 여름철만 되면 불편을 호소하는 신고가 150여건 이상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각종 축산악취는 혁신도시 반경 3㎞내 자리한 축사, 퇴비사 등 41곳이 발생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주시는 그동안 이들 시설에 대해 전수조사와 심야·취약시간 대 악취측정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7월에는 근본적인 악취발생 원인 파악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의 악취 확산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계절·바람·기압’에 따라 인근 축사와 퇴비사에서 발생된 복압악취가 도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주시는 해당 시설에 대해 점검을 벌인 결과 도시 인근 퇴비공장과 돈사 각각 1곳이 악취 배출 기준을 3회 이상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악취방지법 제8조 2항’을 적용해 지난달 25일 신고대상 악취배출시설로 지정·고시했다.

해당 사업장 2곳은 지정고시 일로부터 6개월 이내 ‘악취방지 계획’을 제출해야하고, 1년 이내 악취방지계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빛가람 혁신도시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열병합발전소 건립사업’이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빛가람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SRF(Solid Refuse Fuel·고형폐기물 연료)열병합발전소’가 지난해 말 준공됐지만, 주민들은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1일 최대 444t(5t 트럭기준 89대 분량)의 SRF연료 사용은 사실상 ‘쓰레기 소각’이라고 규정하고,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로 주거지 대기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전남 5개 시·군 쓰레기에 이어 지난 2013년 당시 나주시의 미숙한 대응으로 광주권 생활쓰레기까지 떠안는 바람에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은 “인구가 크게 늘지 않으면 교육, 의료, 쇼핑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되고, 기업과 사람들은 정주 여건이 불편해 입주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혁신도시의 성패는 정주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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