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초·중·고 311개교, 학생수만 18만여명 조사해야

광주교육청, 성범죄 전수조사 요구에 ‘곤혹’
전체 초·중·고 311개교, 학생 수만 18만여명 조사해야
시의회·시민단체 “꼭 필요” vs 교육계 “효과 낮고 비교육적”

광주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성범죄사건 전수조사를 하라는 요구가 잇따르면서 시교육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2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최근 시교육청과 긴급현안회의를 갖고 교원의 학생 대상 성범죄 실상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학교 성폭력 근절을 위한 광주시민모임도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안에서 교사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긴급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일단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전체 학교 대상 전수조사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일선 학교의 거부감도 커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성범죄를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많이 있어 전수조사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방법이 있나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성범죄 교원에 대한 ‘일벌백계’ 차원의 강력한 처벌은 필요하나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전수조사 시행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모든 교사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사전 전수조사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학생들의 심리를 동요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일선 고등학교 한 교사는 “사전 전수조사는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며 “모든 교사를 성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도 “전수조사의 파장이 성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면 정말 무책임하다”며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교육현장의 혼란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방법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전체 학교 대상 전수조사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수조사를 중·고 157개교만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초등생 대상 성범죄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제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지역 내 초중고 311개교 전체가 대상이다. 이럴 경우 교원 수만 1만3천명, 학생 수는 무려 18만9천명을 조사해야 한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학교에 대한 사전 전수조사는 경찰 등 사법기관 도움 없이 교육청 단독으로 해야 하는 만큼 인력 대응이 쉽지 않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설문조사만 하루에 한 학교씩 한다 쳐도 1년 내내 해도 부족할 판이다”며 “말이 쉬워 전수조사지 교사들의 반발도 큰 데다 일부 학생들의 거부반응도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지난 7월 모 여고에서 19명의 교사가 연루된 성범죄 사건이 드러났으며, 이달 들어 또 다른 고교에서도 성희롱·폭언 등 행위가 경찰에 접수돼 해당 학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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