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외로운 섬…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

남도일보 정용식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1 -홍도 가는 길
신비롭고 외로운 섬…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
 

홍도 남문바위
홍도의 명물 남문 바위를 비롯해 독립문 바위, 촛대 바위 등 환상의 기암괴석들은 그 곳에 얽힌 맛깔스런 설화를 간직해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 목포는 항구다.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구름을 거둬주는 바람이 분다.’ 서글픈 노랫가락 마냥 ‘홍도’는 그런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줄 알았다.

애절함이 묻어나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의 1930년대 신파극속에 등장한 한 여인의 단순한 이름으로 신안군의 ‘홍도’와는 무관함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 후 였다. 서해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있어 지나가는 고기잡이배들이 잠시 머물러 정(精)만 남겨두고, 그래서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외로운 섬의 이미지로 ‘홍도(紅島)’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지난 11월 10일, 자욱한 안개 낀 늦가을 새벽녘에 ‘남도 섬사랑 모임’ 일행을 태우고 광주를 출발한 버스는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 여유 있게 도착 7시50분 뉴 골드스타호를 기다렸다.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배편을 포함 하루에 두편 만이 홍도를 운행되고 있었다.
 

유람선에 탄 필자

1987년 개항하여 벌써 100년이 훌쩍 넘은 목포항은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의 잔존물을 그대로 품고서 서남해안 어업 전진기지와 섬으로 향하는 관문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를 맞이한 목포연안 여객선 터미널과 제주를 비롯한 먼 바다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목포항 국제여객 터미널로 나뉘어 있었다. 깔끔하게 단장된 터미널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넓은 광장에는 남해안 뱃길을 떠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300여명 남직 태운 여객선은 팔금, 안좌도 다리 밑을 지나 비금 도초 뱃길까지 1시간 30여분 잔잔하게 항해하다 망망대해에 접어드니 놀이기구를 탄 것 마냥 출렁거린다.

위생봉투가 자연스레 나눠지고 헛구역질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오기를 1시간여, 드디어 ‘바람과 파도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섬’ 홍도항이 보인다.
 

홍도 기암괴석

# 홍도가 별거야!

나지막한 구릉지대에 더덕 더덕 붙은 여관들로 가득채운 초라하고 평이한 시골 마을 분위기에 홍도를 처음 대하는 관광객들의 아쉬운 기색이 옅보인다. 해안가에 보이는 몇개의 돌섬과 약간의 절벽등을 보며 사진속 홍도를 그려봐야하니 실망감도 있었으리라.

서서히 오르면 왕복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수도 있을 365m 깃대봉을 어떤 이들은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한다. 동백나무가 우거진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도 들어 있고, 홍도정상에서 바라본 서남해안의 탁 뜨인 바다를 보고 싶었으리라. 어떤 이들은 1시간여의 짧은 관광시간인지라 둘레길이나 마을 안쪽 길을 둘러보며 홍도의 속살을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 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좁은 골목길, 재개발이 허락되지 않은 옛 건물들, 학생수가 몇 명이나 될까?라는 의구심은 들지만 잘 정돈되고 화려한 색상들로 덧칠해진 초등학교, 산 억덕에 옛스러움을 풍기며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는 성당등은 그저 사람사는 동네모습이다.
 

홍도 등대

‘붉은 옷을 입은 섬’이라해서 홍도라 했던가? 스레트 지붕마다 붉은색 페인트로 칠한지 오래 된 듯 낡음마저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홍도는 석양이 시작되면 바닷물이 붉게 물들고 섬이 온통 붉게 보인다는데 일정상 그런 장관을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산자락에 텃밭이 있었나? 마당에 널어진 붉은 고추는 의구심을 주고, 빨래줄에 널린 생선들은 여느 어촌 시골마을 그대로였다.

마을 전체 반 이상은 여관인 듯 보이고 대개가 음식점을 겸하고 있었다. 점심으로 나온 우럭탕은 ‘여기도 전라도’라고 외치듯 우리 맛 그대로다.

관광객들이 홍도에선 관광만 하고 숙소는 흑산도에서 하겠구나 생각하니 그 많은 여관들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웬걸 우리가 홍도를 떠날 시간 때 많은 분들이 들어오는걸 보니- 아마도 목포에서 1시출발 배- 걱정이 기우였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홍도1구 전경

# 홍도는 역시 유람선!

오후 1시반, 250석 정원 홍도 유람선에 130여명이 탑승했다. 2시간여 동안 섬을 한바퀴 돌며 사진에서 봤던 남문바위, 독립문바위, 촛대바위등 환상의 기암괴석과 유람선 가이드의 그곳에 얽힌 맛깔스런 설화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눈과 귀의 즐거움이 더해진다.
 

홍도 해녀포차

고립무원의 서글픔 같기도 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껴지는 홍도 2구 마을과 바로 옆 언덕위의 등대는 환상의 궁합처럼 보인다. 1931년부터 불을 밝히며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 홍도등대. 깎아지른 절벽, 오랜 세월 풍파를 이겨내며 만들어온 아름다운 절경, 그 바위섬 가득이 채우고 있는 명품 소나무들 틈바구니에 비록 홀로 자리하고 있지만 나름의 멋스럼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홍도 등대/ 하동(夏童)들과 함께 올라/ 낙조를 바라보는/ 내혼은 꿈이런가 생시련가...”(한준희의 ‘홍도’중에서) 봐도 봐도 아름답다. 일행 중 70세이 되셨다는 어르신은 ‘세계 여러 곳 다녀 봤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이 최고’라며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쁘시다.
 

홍도 붉은 지붕

유람선 관광의 재미는 사진찍기가 아닐까? 유람선에선 중간 중간 멋진 풍광앞에 배를 세워 사진도 찍어주고 원하는 사람은 곧바로 현상하여 액자에 넣어주기도 한다. 비용은 3만원이라던가? 그러나 진짜 백미는 회를 떠서 파는 해상 포차에서 한접시에 3만원 하는 횟감을 유람선에서 먹어보는 특별한 기억일 것이다. 특히 주당(酒黨)들에게는.
 

홍도분교

관광은 날씨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제까진 바람 불어 고생했다는데 오늘은 매우 좋은 날씨 속에 멋진 절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흑산도 가는 배편이 30여분 정도 늦어지다보니 졸지에 방파제에 즐비하게 늘어선 해녀촌 포장마차에서 싱싱한 해삼과 멍게, 전복을 곁들여 바닷가 노상 테이블에서 먹는 또 다른 재미를 맛보았다. 홍도의 밤이슬을 맞으며 포구에서 술잔을 기울이면 더욱 일품이겠구나 라는 잠깐의 생각이 스친다. ‘스처가는 섬’이 아닌 ‘머물고 간 섬’으로서 ‘홍도’를 대할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 홍도의 짧고 굵은 여정은 막을 내리고 흑산도 행 여객선에 몸을 맡겼다. 태풍이 오면 홍도의 모든 배는 흑산도로 피항해야 한다는데 이젠 방파제 공사가 마무리 과정인듯하다. 벌써 방파제 끝 홍도의 또 다른 등대가 불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다.

사진/ 김미정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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