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 경쟁자 등 거론하며 재임 가능성 언급

윤장현 前 시장 사기범과 260여차례 문자 주고 받아
당내 경선 경쟁자 등 거론하며 재임 가능성 언급
4억5천만원 대부분 차량 구매 등 개인적 사용
검찰 출석해 “광주시민들께 송구스럽다” 사죄
 

고개숙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
10일 오전 공천을 앞두고 사기범에 속아 거액을 빌려주고 채용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광주지검에 출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자신에게 사기 범죄를 저질렀던 40대 여성과 무려 260여차례나 문자를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자엔 해당 여성이 윤 전 시장에게 ‘시장 재임’과 관련, 힘을 써 주겠단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허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10월 말까지 사기범 김모(49)씨와 윤 전시장 간 총 12번의 통화가 이뤄졌다. 김씨는 이 중 두 번을 권 여사로 행세했으며, 10번은 혼외자 위탁모 행세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서로 보낸 문자메시는 모두 268회에 달했다.

첫 문자가 오간 것은 지난해 12월 21일 이었으며 첫 통화는 그 다음날 이뤄졌다. “권양숙 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필요하다. 도와주면 큰 힘을 드리겠다”란 내용이었다. 이후부터 윤 전 시장은 모두 4차례(지난해 12월 26일 2억원, 29일 1억, 올해 1월 5일 1억, 1월 31일 5천만)에 걸쳐 총 4억 5천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3억 5천만원은 대출,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려 마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모두 김씨의 어머니 명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 김씨는 총 휴대전화 3대를 이용,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거나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실제론 김씨의 자녀들 임)위탁모 행사를 하며 윤 전 시장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윤 전 시장을 믿게 하기 위해 개인사나 정치적 사안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당내 경선 등과 관련한 내용에 집중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 총 268회 오간 문자 메시지 중엔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현 광주광역시장)이용섭씨에게 말해(광주시장 출마)만류했고,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용섭씨를)주저앉혔다” 거나 “제가 힘이 돼 드리겠다. 조직관리 자금이 필요하다. 당 대표에게도 신경쓰라고 이야기 했다”식의 내용들이 남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는 김씨가 직접적으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단 의사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짐작케 할 만한 내용들이란 것이 검찰측 설명이다.

윤 전 시장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김씨에게 전달된 돈을 다시 돌려 달라는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역 유력 정치인 등 4명에게 사기 범죄의 마수를 뻗쳤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김씨는 사기 등 전과 5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윤 전 시장에게 받은 돈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딸 결혼식에 사용했다.검찰은 사기와 사기미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7일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공천 등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넬 경우 사기 피해자라 할지라도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윤 전 시장을 상대로 돈을 건넨 목적과 성격, 공천 관련성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조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검에 출석한 윤 전 시장은 “이러한 문제가 생겨 광주시민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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