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점검>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갈등
■글 싣는 순서
① 배경과 원인
② 환경·재정·법률문제는
③ 공론화 vs 민·관 거버넌스 운영

다른 지자체 쓰레기까지 반입…주민 거센 반발
주민 의견수렴 과정 미흡…전남도·나주시 ‘안일한 행정’한 몫
‘공론화 추진’vs‘수용성 조사’놓고도 갈등 첨예…장기화 우려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의 최대 현안인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는 문제를 두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주민 간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나주 신도산단내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항공사진. /난방공사 제공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의 최대 현안인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는 문제를 두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주민 간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남도와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열병합발전소 갈등을 해결하기로 했지만, 나주열병합발전소 쓰레기연료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공론화위원회 수용 거부를 선언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SRF열병합발전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혁신도시 시즌 2’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남도일보는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3회에 걸쳐 SRF 갈등 배경·원인, 환경·재정·법률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지난달 27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나주SRF열병합 발전소 공론화위 구성 반대’ 집회에 아이와 함께 참석한 엄마부대가 공론화위 구성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남도일보DB

◇도심에 열병합발전소라니…주민 반발

전남 나주시 신도산단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는 빛가람 혁신도시 내 공동주택과 공공기관 등에 집단 열에너지와 전기공급을 위한 시설로 사업비 2천700억원을 들여 2014년 착공, 지난해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가자마자 광주시 생활 쓰레기로 만들어진 SRF를 반입한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이 이어져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SRF 갈등의 발단은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자원순환형 에너지 도시 조성계획에 따라 나주시는 빛가람 혁신도시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대체하는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시설은 지난 2009년 3월 환경부,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 순천시, 구례군, 목포시, 신안군, 화순군 등 9개 기관의 협력합의서 체결이 공식적인 출발점이 됐다. 당시 1일 600t 용량의 전처리 시설을 나주, 목포, 순천에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SRF를 혁신도시에 반입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한 부분도 갈등의 씨앗이 됐다.

난방공사 측은 지난 2012년 7월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와 2013년 11월 환경영향평가(본안)제출 과정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미래의 혁신도시 주민인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과 SRF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솔직하고 충실한 대화와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은 전남도와 나주시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발전소를 준공하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1년 넘게 가동을 못 하는 이유는 ‘광주권 SRF 연료 반입’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난방공사는 2013년 8월 1일 전남도에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 SRF 활용 동의 요청’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전남도는 ‘광주권 SRF 반입’에 대해 동의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채 “집단에너지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을 회신했다. 나주시도 8월 29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았지만, 전남도 회신 내용과 같은 공문을 다음날 회신했다. 이를 두고 난방공사는 ‘동의했다’고 해석한 반면, 전남도와 나주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해 당자자간 입장 ‘평행선’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남도와 나주시, 난방공사가 SRF 열병합발전소 갈등 해소를 위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범대위는 공론화위원회 수용 거부를 선언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범대위는 빛가람 혁신도시와는 거의 관련없는 1일 444t에 이르는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생명·건강과 환경의 위협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농도 규제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 대안으로 직접 피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용성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난방공사는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따른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감시설을 이미 설치했고, 범대위가 주장하는 환경유해성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환경영향성 조사를 통해 유·무해 여부를 가린 후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주시와 나주시의회도 ‘환경영향조사 실시와 공론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지역난방공사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난방공사는 1일 444t으로 계획된 SRF 사용 연료를 30% 감축, 광주지역 SRF 반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수요처’ 확보 등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이와 함께 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해 입은 손해에 대해 올해 초 나주시를 상대로 3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추가적인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구상권 청구까지 겹치면 나주시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광주시와 주식회사 청정빛고을이 광주시 남구 양과동 가연성폐기물 연료화 시설의 가동 중단으로 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연간 180억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난방공사는 불가항력(발전소 미가동)에 따른 것이니 물어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패소할 경우 나주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전남도와 범대위가 최근 SRF열병합발전소와 관련 공론화위원회 대신 법적 구속력 없는 자문기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자문기구에는 범대위와 난방공사, 중립적 시민단체, SRF열병합발전소를 분석할 관련 전문가(법조·환경·경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선 SRF 열병합발전소 갈등이 ‘환경’보다는 ‘입지’ 갈등이란 의견도 나온다.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쓰레기를 연료화하는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주민 가까이 입지할 때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직·간접 우려를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외곽에 떨어져 있는 산업단지나 발전소에 설치되었다면 문제는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정치·행정의 대응에 대한 비난도 높다.

빛가람 혁신도시 주민 박모(36)씨는 “SRF 분쟁과정에서 많은 시민을 의아하게 만들었던 것 중 하나는 강인규 나주시장의 광주시청앞 1인 시위였다”며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갖고 있는 시장이 상대 기관과 적극적인 대화·협상·협의보다는 힘없는 일반 시민들이 취하는 시위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많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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