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촉진하는 한전공대 설립 방안
<박동 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한전공과대학(일명 켑코텍)이 최종 부지 선정을 앞두는 등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지자체들의 유치전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된다. 산업 불모지인 광주·전남에 한전이 내려오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혁신도시 정책을 기획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인구 10만도 안 되었던 나주가 한전을 유치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잘 알 수 있었다.

당시 지방의 지자체들은 모두 한전을 희망했다. 그 결과 한전을 유치하는 지자체는 유관기관 3개만을 더 유치할 수 있다는 소위 ‘한전 +3’ 정책이 제안되었다. 그 결과 광주만이 여기에 응했고, 한전이 광주로 내려가게 되었다. 전남은 농업과 IT 분야의 기관이 배정되었다. 그런데 광주시는 당시 한전을 유치할만한 부지가 없었다. 더구나 정부가 바뀌면 한전이 내려온다는 보장도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 결과 국회에서 광주시장과 한모 대표, 박모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회동하여 빅딜을 했다. 요지는 나주로 배정된 정부통합청사를 광주로 양보하고 나주에 공동혁신도시를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빅딜로 인해 직원 1천여 명의 정부통합청사는 현재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설치되었다. 그리고 나주에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당시의 빅딜은 크지만 그 미래가 불확실한 혁신도시와 작지만 확실한 정부통합청사를 맞바꾼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광주가 한전을 양보한 것은 정부통합청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에서 에너지군을 나주에 양보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주가 한전대학을 광주에 양보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한전의 클러스터 기능을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광주는 인구가 부족한 도시가 아니다. 충분히 자족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는 대도시이다. 이에 반해 한전이 위치한 나주는 과거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였으나 인구 8만까지 줄어들었다가 혁신도시 유치로 이제 갓 10만 규모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구로만 따지면 광주는 99칸의 부자이고 나주는 간신히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격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던 한전이 오늘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던 나주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호남민들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뜨거운 성원의 결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목포에서 광주간 도로를 달려보면 좌우에 산업시설하나 안보이는 것이 전남도의 현실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남의 서남부 지역이 앞으로 공동화될 것을 우려해서 각종 정책들을 입안할 것을 주문하였고, 혁신도시 유치는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의 한전공대 유치 경쟁은 당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국가균형발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전공대의 설치는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는 가운데 추진되는 일이므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와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지자체들이 자중자애하는 마음으로 추진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대승적인 관점에서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내려와 혼자 몸으로 외로움을 겪어가며 유배생활이나 마찬가지의 어려운 생활을 감내하고 있는 수많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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