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단속한다” 변명…경찰 관리·감독 빗겨나

음주단속 사각지대 시내버스…시민 안전 뒷전
“자체 단속한다” 변명…경찰 관리·감독 빗겨나
기사 교대 시간 중간 차고지서 음주 단속 ‘무방비’
버스기사 음주운전 단속강화 목소리 확산

직장인 김모(36·동구 학동)씨는 최근 광주 동구 학운 IC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을 보고 의아해 했다. A씨 차량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시내버스는 음주단속을 하지 않고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A씨는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에 그 이유를 묻자 해당 경찰은 “버스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음주단속을 하기 때문에 우리(경찰)는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처럼 ‘광주 시민들의 발’역할을 하는 시내버스 기사들이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검증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경찰 음주단속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윤창호 법 시행을 계기로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과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광주경찰 및 버스업계등에 따르면 시내버스 기사들의 경우 경찰의 음주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버스 업체 스스로 기사들의 음주 여부를 체크하는 만큼 도로상에서 이뤄지는 경찰의 음주단속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음주 가능성이 낮은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하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단속으로 인한 시간 지연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배경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버스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음주단속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냐는 점이다. 제도권의 관리에서 벗어나 자기들끼리 하는 단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도 업체에서 이뤄지는 음주단속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버스를 10년 넘게 운전했다는 기사 A씨는 “버스 기사들을 상대로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음주단속을 하긴 하지만 허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인원이 많다는 핑계로 단속을 건너 뛰기도 하고, 장비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시간 버스 차고지에서 기사 간 교대가 중간에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버스업체들이 오전에만 음주단속을 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엔 술을 먹고 운전을 해도 모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2월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보건대 입구에서 50대 버스 운전기사가 술에 취한 상태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다 승용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지난해 8월‘운수종사자의 음주여부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조항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1조 운송사업자 준수사항)이 신설, 내달 2월 15일부터버스기사들을 상대로 한 음주측정 기록 의무가 강제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규정 역시 경찰이 아닌 업체 스스로 단속을 실시하는 것인 만큼 뚜렷한 해결책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도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는 B(29)씨는 “대중교통 운전자의 음주로 인한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일 같지 않게 여겨져 불안했다”며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단속 행태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 음주단속을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광주에선 관련법 시행 이전부터 버스운행사 자체적으로 첫차 출발하지 전과 오후 시간대등 수시로 음주측정을 시행해 왔다”며 “관련법 시행 이후에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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