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의 ‘세상만사’
한전공대 유치 경쟁이 낳은 교훈
<중·서부취재본부장>

한전공대는 결국 나주에 둥지를 틀게 됐다. 한전공대 입지선정 공동위원회는 “나주 부영CC를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나주 부영CC는 부지조건이나 경제성, 지자체 지원계획, 개발규제 항목 등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선정위는 설명했다. 경쟁후보였던 광주 첨단산단 3지구는 산학연 연계, 정주환경 및 접근성에서는 우위에 섰지만 부영 CC의 부지 무상제공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지자체들은 한전공대 유치에 사활을 내 걸었으나 최종 승자는 한전 본사가 있는 나주시로 결정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나 광주시는 광주시대로, 전남도는 전남도 나름대로 논리를 전개했으나 헛심만 켠 꼴이 됐다.

더구나 유치경쟁은 당장 지자체의 헐거운 곳간만 열게 됐고 한전 입지만 키워준 결과를 초래했다. 한전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빌미로 악용됐다. 광주·전남이 입지 선정에 상호 협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초에는 한전공대 입지를 놓고 이렇게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는 예측되지 않았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응당 한전 인근에 들어서는게 순리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돌았기때문이다.

정치권 놀음에 유치 부작용

하지만 정치인들은 ‘한전공대’라는 먹잇감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나선 입후보자들이 저마다 ‘한전공대 유치’를 공약 1순위로 부각시키면서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때부터 ‘한전공대’는 유치전에 뛰어든 광주·전남 지자체간의‘핫 플레이스’로 떠 올랐다.

지역민과 언론의 우려가 시작됐다. 결과 뒤 입게 될 후유증을 염려한 탓이다. 각 지자체들은 물밑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하돼 유치위원회의 결정에는 무조건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음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막상 결과가 발표되자,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유치에 성공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전남도와 광주시는 원래 한 뿌리였고 경제 공동체다”면서 “한전공대 부지는 광주 ·전남이 상생하는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용섭 시장은 “광주·전남 상생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부지 결정을 수용하고 한전공대 조기 건립과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에 아낌없이 협력하겠다”면서도 “광주에 한전공대가 들어서는 것이 한전공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광주·전남 상생에도 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승복 하지만 탈락의 아픔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민선 7기 광주·전남은 당장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민간공항 이전과 맞물린 군공항 이전, 완전한 가동을 못하고 있는 ‘SRF 열병합발전소’문제, 혁신도시 공동 기금문제 등 공동으로 헤쳐 나가야 하지만, 자칫 악재로 작용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혁신도시 시즌 2’안착 기대

한전공대 설립은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오는 2022년 정상 개교를 하기까지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와 특별법이나 특례법을 통한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한전공대 설립지원위원회’차원에서 한전공대에 대한 예타 면제여부가 논의되고 있지만 결과는 누구도 아직은 속단하기 힘들다. 특히 순조로운 한전공대 설립의 전제조건은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다. 특별법 제정이나 특례법 개정은 필요 전제조건을 충족하려면 일부 야당의 반대 극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물론 광주시·전남도, 지역민들의 한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부지선정에 쏟은 전력을 한전공대가 당초 설립 취지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특성화대학으로 성장하는 엔진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당위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제부터 광주·전남이 똘똘뭉쳐 성숙된 남도정신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두 광역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빛가람혁신도시를 만들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구나 혁신도시는 ‘시즌 2’를 맞아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한전공대 나주 유치는 한박자 빠른 혁신도시 안착의 불쏘시개 역할로 작용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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