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수유시설 태부족…저출산 극복 ‘헛구호’

20개 읍면동 주민센터 중 달랑 1곳…불편 호소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돼…“확대 방안 마련해야”
 

전남 나주시가 올해 국가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모유 수유실 등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왼쪽 사진은 나주시내 공원에 유일하게 설치된 빛가람호수공원 배메산전망대 모유수유실. 오른쪽 사진은 ‘무늬만’ 수유실일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나주시청사 모유수유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수습기자 jdu@namdonews.com

“화장실에서 아이를 먹일 수도 없고, 이래서야 젖먹이를 둔 엄마는 외출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14일 오전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에서 만난 1살, 3살 아이를 둔 주부 김모(33)씨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뜬구름 잡는 정책만 내놓지 말고 이런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성토했다.

그는 “공원이나 주민센터, 카페 등에 육아맘을 위한 복지시설이 마련돼있지 않아 불편하다”며 “기저귀 갈이대 설치돼 있는 곳이 없어 외출하기 꺼려진다. 최근 모유수유실 설치 민원을 계속 제기했지만 아직 바뀐게 없다”고 지적했다.

나주시내 대다수 공공시설 등에 모유수유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외출에 나선 육아 맘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 나주시는 국가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모유 수유실 등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본보가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나주시내 관공서와 공공장소 등에서 운영되는 모유수유실은 나주시청사와 나주시보건소, 나주시선거관리위원회 등 모두 3곳에 불과했다.

또 나주 20개 읍면동 주민센터 가운데 빛가람동주민센터 건강증진센터에만 모유수유실이 갖춰져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은 나주시내 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공원 96곳 중 모유수유실을 갖춘 곳은 빛가람호수공원 배메산전망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주시는 지역내 모유수유실이 몇 곳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날 나주시는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20개 주민센터 내에 모유수유실 설치 현황 자료는 없다. 바로 현황을 파악하고 자료를 만들겠다”며 “나주시청사에는 모유수유실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색만 갖춘 생색내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확인결과, 이곳은 각종 물품들만 쌓여 있었고 유축기나 수유쿠션, 정수기 등도 비치돼 있지 않아 사실상 이름만 수유실일 뿐 실제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진산 인구보건복지협회 광주·전남지회 인구사업과장은 “산모지원이나 모유수유시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의무로 명시돼있지 않아 발생하는 일인 것 같다”며 “모유수유시설이 개설돼 있는 기관 등에서 부족한 물품을 자체적으로 구비하고 현장에서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산모지원과 모유수유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수습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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