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기금 전락’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발전기금 해결방안 없나
“당초 협약에 따른 기금조성 불가피…대승적 판단 서둘러야”
16개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징수세금 680억 불구 7년째‘0원’
나주 “초기 관리비용 막대해 2023년 이후 가능” 전남도 ‘한 뜻’
장기화된 갈등 감정싸움 까지 불거져… 상생으로 가는 길 ‘험로’

최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놓고 광주시-전남도-나주시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갈등의 불을 끄기 위해 협약에 따라 기금이 조성될 수 있는 대승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남도일보 DB

최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약속한 공동발전기금이 광주시-전남도-나주시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외쳤던 상생은 커녕 기금 조성 시기, 방식 등을 놓고 여전히 ‘서로의 주장이 맞다’며 수년째 제자리걸음 이다.

여전히 협약에 근거한 공동발전기금은 한 푼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 공동혁신도시가 위치한 나주시가 기금 조성을 미루고 있어서다. 이에 갈등의 불을 끄기 위해 협약에 따라 기금이 조성될 수 있는 대승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8차 빛가람혁신도시 공공기관장협의회가 지난달 21일 나주빛가람혁신도시 한전KDN㈜ 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남도 제공

◇발전기금 조성 합의 내용은

하루빨리 기금 조성에 나서자는 광주시와, 시기적으로나 현실적인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조성시기를 좀 더 늦추자는 전남도나 나주시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혁신도시 발전기금 논의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광주와 전남이 공동혁신도시를 조성하는 대신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16개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로 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해 지역발전에 활용하자는 광주시-전남도-나주시 3자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를 포함해 광주와 전남의 기초지자체까지도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도시 개발과 운영의 성과를 공유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지역산업 육성, 이전기관 임직원 자녀 장학금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건립, 발전재단 설립·운영, 빛가람페스티벌 개최 등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합의했다.

나주에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 등 에너지공기업과 한국농어촌공사 등 농업관련 기관, 방송통신, 문화예술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다.

◇징수세금 놓고 엇갈리는 시선

지난 2014년부터 이전을 시작한 한전 등 16개 공공기관에서 2018년까지 전남도와 나주시가 징수한 세금은 680억원이다.

하지만 혁신도시 공동 발전기금 조성을 위한 시기나 재원규모 등에서 지자체들의 입장은 약간씩 갈리고 있다.

광주시는 2006년 약속한 성과공유협약서를 토대로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 전액을 재원으로 만들자는 입장이다. 시기 역시 관련 조례 공포와 함께 곧바로 조성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전남도나 나주시는 이르면 오는 2023년부터나 기금을 조성할 수 있고, 기관들이 납부한 지방세 가운데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나주시는 혁신도시 악취 해결을 위한 호혜원 축사 폐업 보상과 월산제 매립,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 운영, 빛가람 도서관 건립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1천962억원이 투입됐다면서 기금조성은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주민이 낸 세금도 활용’맞불

광주시는 2014년부턴 기금 조성이 본격화됐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나주시는 정주여건 개선 비용 등을 이유로 각 공공기관에 대한 지방세 감면(취득세 감면, 재산세 5년간 100% 면제 후 3년간 50% 감면 등)이 종료되는 2022년 이후인 2023년에 기금을 조성하자고 주장해 왔다.

광주시는 “2006년 빛가람혁신도시 조성 당시 광주·전남 시도지사가 합의한 대로 공공기관이 납부한 세금으로 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에 지난 해 8월에도 양 시·도지사가 합의한 바 있다”며 “현재까지도 기금이 조성되지 않고 있어서 기금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전남도와 나주시가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 혁신도시 16개 이전 공공기관이 낸 지방세를 활용한 공동발전기금 조성에 대해 나주시가 혁신도시 기반 관리와 정주여건 개선 비용을 이유로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자, 뿔이 난 광주시가 혁신도시내 민간기업과 주민이 낸 지방세까지 기금운용에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발언이 불어온 파장은 상당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즉각 반박하며 광주시를 집중 공격했다. 광주시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지만, 주민이 낸 지방세까지 기금을 운용한다는 것은 분명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주시‘지방세도 포함’주장에 전남도 ‘발끈’

광주시의 ‘지방세 거론’은 전남도의 심기를 건드리는 빌미가 됐다.

고광완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2006년 2월 합의한 협약서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를 재원으로 광주전남 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며 “민간기업이 납부한 세금까지 발전기금 재원으로 하자는 주장은 말할 것도 없이, 공공기관이 납부한 전체를 재원으로 하는 주장은 협약과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초 지자체에서 징수한 도세도 지방재정법 등에 따라 조정교부금과 징수교부금으로 30%를 시군에 의무적으로 배분하게 돼 있다”면서 “공공기관이 나주시에 납부한 지방세 전부를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실장은 “공공기관과 임직원 정착지원, 종합병원 설립지원, 버스운영 지원 등 주민 요구사항과 시설에 2023년까지 2천641억원이 추가로 소요돼 매년 평균 52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연 157여억원의 공공기관 지방세를 기금 조성으로 충당해 다른 지역에 사용한다면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이 그만큼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도시 주변 광산구 인구가 2013년에 비해 1만1천여 명이 증가하고 공공기관 임직원과 가족들도 2018년 8월 기준 3천200여 명이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혁신도시 주민들의 쇼핑이나 편의시설 이용도 대부분이 광주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등 광주시가 상당부분 혁신도시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공공기관이 납부한 세금으로 조성해야 할 공동발전기금도 현재까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부문이 납부한 세금을 공동발전기금으로 사용하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광주시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제8차 빛가람혁신도시 공공기관장협의회가 지난달 21일 전남 나주 한전KDN에서 열린 가운데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전남 공동운명체 ‘살얼음판’

이처럼 2013년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된 후 7년째를 맞은 지금까지도 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하지 못하자 공동혁신도시 협약을 토대로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동혁신도시 협약을 체결할 당시 유일하게 합의한 사항이 이전기관의 지방세를 공동발전기금으로 조성해 다른 지자체에도 효과가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나주시가 혁신도시 조성 비용을 이유로 2023년 이후에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합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섭 시장도 기존 강경모드에서 한 발 물러서 “누구를 탓하지 말고 우리부터 더 노력해야 한다”며 “상생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 이뤄지는 것이지 자기 이익만 내세우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 문제는 시장인 제가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인규 나주시장과 직접 풀어갈 것이니 직원들은 불필요한 대응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며 “광주·전남은 한 뿌리이며 공동 운명체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존 협약을 놓고 보면 광주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나주시의 어려운 사정도 있는 만큼 앞으로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놓고 감점싸움까지로 번지는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앞으로 어떤 해법을 찾아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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