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전두환 그에게 남은 건 사죄 뿐…

심진석 <사회부 기자>

“이거 왜이래”.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9년이 흐른 2019년 3월 11일 당시 정부 최고 수장이자 사태 총 책임자인 전두환씨가 광주를 찾아 처음 내 뱉은 말이다. 5·18항쟁에 대한 역사적 책임 표명을 광주시민들에게 처음 전달한 것이기도 했다.

그의 외마디 외침은 ‘사죄’와 ‘반성’을 바라던 수많은 5·18피해자들과 광주시민들에게 ‘한탄’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날은 전씨가 자신의 회고록에 헬기기총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묘사한 데 따른 대가(형사재판)를 받는 날.

하지만 전씨에게 있어 이날은 그저 광주를 잠깐 여행하는 정도에 그쳤나 의심할 만큼 당당했고, 부끄러움도 없었다.

이러한 태도는 재판 내내 계속됐다. 이미 국가 차원의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진 헬기사격 자체를 부인했으며, 허위사실에 대한 인지(고의성)없이 회고록이 작성됐다며 줄곧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 주변은 또 다른 5·18민주화운동이 재현됐다. 분노한 시민들은 전씨를 향해 “구속해야 한다”, “5·18영령 앞에 사죄하라”며 항의·시위를 이어갔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러한 구호를 따라하며 함께 힘을 보탰다. 다만 지난 1980년 5월 당시와 바뀐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계엄군도, 전씨를 옹호하며 광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하는 언론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상이 바뀐 탓이다. 더 이상 그릇된 것을 옳게 보는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5·18의 주범인 전씨와 그 주변인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88세 미수(米壽). 전씨의 나이이자 지난 세월의 흔적이다. 이 세월동안 전씨에게는 대한민국 대통령 외에 반란 및 내란 수괴, 상관 살해 미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범죄자 등 수많은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원죄를 갚을 길은 광주시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미안하다”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길밖에…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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