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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9)‘슬치-불재’ 구간(2018. 10. 27)

기사승인 2019.03.14  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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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9)‘슬치-불재’ 구간(2018. 10. 27)
키 큰 병정들 도열했나…옥녀봉 편백나무숲 ‘장관’
슬치재-정맥 3㎞ 평탄한 임도 이어져…알밤들 곳곳에 널려

해발 539m 갈미봉은 쑥치 가는 정맥 길 가운데 제일 높은 산
폭발물 경고 표시도 설치돼…철책안 나무 한그루 없어 ‘흉물’
민족분단 피해 ‘안타까움’…경각산 가다 방심해 길 잃기도
 

슬치재에서 호남정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나무숲. 꼭대기부터 단풍이 물들어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물감을 채색하는 듯하다.
슬치재에서 호남정맥으로 이어진 구간은 약 3㎞ 가까이 평탄한 임도다.
슬치재·쑥재로 향하는 이정표
슬치마을회관 모습.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오전 8시 30분이 넘어서 집에서 나와 9시 45분경 슬치주유소에 닿았다.

지난번에 놓친 박이뫼산이 바라다 보이는 슬치마을 쪽으로 차를 옮겨 놓고 근처 카센터에서 길을 물어 슬치마을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을 관통하는 길로 걷기를 시작하였다. 마을 마지막에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로 죽 가다보면 오른쪽에 임도가 나오는데, 위 임도가 슬치재로 통하는 길이다. 임도에는 조그만 알밤이 흩어져 있어서 꽤나 줍고서 산행을 시작했다.

10시 20분쯤 슬치마을 동네 뒷산쯤 되는 407고지에 올랐다. 근처에 밭이 있는데 멧돼지를 막으려고 그랬는지 전기철책이 쳐져 있고 ‘고압주의’란 문구가 쓰여져 있다. 일본에서는 멧돼지 등 야생조수를 재료로 하는 식당에 판매허가를 내주어 성업 중에 있다고 한다. 포수들도 생계가 유지되니 야생조수를 열심히 잡으러 다니고 식당에도 미식가들이 모여들어 유해조수도 퇴치하고 별미도 맛보는 일석삼조(일자리 창출까지)의 이득을 보고 있다니 우리나라에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위 407고지를 지나 밭 위로 슬치재로 통하는 리본이 보인다. 30여미터를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방향이 회전한다. 10여분쯤 오솔길을 가니 슬치재가 나타나는데 100여미터 아래 슬치터널이 보이고 도로에서 슬치재를 검색하면 터널 쪽으로 안내할 것 같다. 슬치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정맥이 이어지는데 약 3㎞ 가까이 오솔길 같은 임도가 계속되어 약간은 지루한 길이다. 너무나 평탄한 길이라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속 3.2㎞의 속보로 진행하다보니 3㎞쯤 지나서 인삼밭이 나오는데 이곳에도 전기철책이 쳐져 있다. 정맥 길은 인삼밭으로 이어져 있어 전기철책을 넘어서 가야 되므로 위험천만하다. 지난 태풍에 피해를 당했는지 인삼밭의 차광막은 다 찢어지고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는 인삼 잎사귀들이 죽 쳐져 있다.

11시 20분쯤 출발지에서 4.47㎞ 지점에 다다라 오르막 능선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준비해 간 배를 먹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개간된 밭뙤기가 조금씩 보이는 외에는 90% 이상 산뿐이다. 무주, 진안, 장수도 아닌 임실에 이렇게 산이 많다니 놀라울 뿐이다.

슬치재에서 제일 먼저 오르게 되는 고지는 480봉이나 완만하여 거의 구릉수준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460고지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에 돌배나무를 만나서 막 맛이 든 돌배를 20여개 수확하고, 보답으로 나무에 기어오른 덩굴식물을 잘라 주었다. 등산용 칼을 휴대하지 못해 이빨까지 동원해 성가신 기생식물을 제거했다.

10여분을 엉뚱한 일을 하다가 갈미봉 쪽으로 오르는데 갑자기 오른쪽에 철책이 나타나고 ‘제6탄약창장’ 명의의 경고 표지판이 나타난다. 폭발물 처리장이 철책 안에 설치돼 있다. 폭발물 때문인지 정맥 오른쪽 철책 안에는 나무 한그루도 찾아볼 수 없어서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정맥도 민족분단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갈미봉은 539m의 낮은 산이지만 쑥치로 가는 정맥 길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산꾼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들이 즐비하여 이곳이 꽤나 중요한 봉우리임을 말해 주고 있다. 정맥 길은 500여미터를 철책을 오른쪽에 두고 이어진다. 철책이 이정표 역할을 하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오후 12시 27분쯤 갈미봉을 지난 480봉에 이르러 아까 딴 돌배를 하나 꺼내어 씹어본다. 신맛이 강하게 나면서 달짝지근한 것이 어릴 때 먹던 돌배 맛이 제대로 난다. 지난주의 고생을 교훈 삼아 조금 일찍 목적지에 닿으려고 걸음을 재촉한 결과 12시 51분에 쑥재에 닿았다. ‘준·희’가 “여기가 쑥치입니다”라고 팻말을 달아놓지 않았다면 이름도 알기 어려운 오솔길이다.

이곳 쑥치는 포장이 안된 좁은 산길이라 호남정맥을 쑥치에서 끊어서 종주하기에는 차량 접근성이 너무 불량하다. 오늘 목표인 불재에서 끊는 것이 거리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모로 볼 때 합당할 것 같다. 12시 50분쯤 쑥치를 넘어 무명 봉우리에 올라서 점심을 먹었다. 처가 준비해 준 육개장을 말아 반공기를 먹고 나머지는 혹시 몰라 남겨두었다.

1시 10분쯤 옥녀봉 쪽으로 출발, 1시 44분쯤 옥녀봉 안부에 도착했다. 중간에 공기편백숲이란 숲이 나타나는데 가지치기가 잘된 편백나무들이 키 큰 병정들처럼 늘어서 있는 것이 장관이다. 옥녀봉에 오르는 길은 쇠줄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가파르다. 대개 바위가 많고 기가 센 봉우리에 옥녀봉이란 이름을 붙이나 보다. 옥녀봉 안부에서 옥녀봉 정상까지는 5분 거리다. 마침 핸드폰이 방전되어 트랭글을 끄고 걷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있는 위치도 확인이 안 되어 지도와 태양을 보고 길을 짐작으로 찾아야 한다.

이왕 간 김에 옥녀봉(578m)을 오르기로 하고 스틱은 놔둔 채 발길을 옮기는데 50m 거리가 만만치 않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니 트랭글이 배지를 준다. 근데 이미 배터리는 1% 밖에 안 남았으니 큰일이다. 급히 트랭글을 끄고 정상사진도 생략한 채 안부 쪽으로 내려와 한오봉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지도상도 옥녀봉 정상이 아닌 오른쪽으로 정맥 길이 꺾어져 있다. 20여분 간의 고투 끝에 한오봉(570m)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아마도 이때부터 내가 산악회 리본과 리조트에서 세워놓은 팻말을 잘못보고 상관편백숲 쪽으로 잘못 내려간 것 같다. 분명 경각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경각산 3.1㎞’란 팻말을 보았는데, 이게 길을 헷갈리게 한 것 같다. 무려 산길을 2.7㎞를 걸었는데도 경각산은 보이지 않고 계속 산 아래로 내려가기만 한다.

트랭글을 켤 수 없으니 길을 잃은 사실도 알 수 없다. 결국 나중에 보니 급경사를 따라 상관면 죽림리 방향으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조금만 집중했다면 3시쯤 경각산에 오르고 3시 40분경이면 불재에 닿았을 터인데, 순간의 방심이 길을 잃게 만든 것이다.

결국 깎아지른 듯한 하산로를 1㎞쯤 지나 내려오니 상관편백숲 펜션단지가 나타난다. 아마 옥녀봉에서부터 한오봉까지는 길이 맞는데 한오봉에서 직진으로 하산한 것이 정맥을 놓친 것 같다. 한오봉에서 좌측으로 하산하는 산길이 있던데 그곳으로 갔어야 맞았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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