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장애인·거동불편 어르신 찾아 이·미용봉사

<남도일보 나눔 시리즈-⑥진현진 미용 봉사자>
‘사각사각’ 머리손질 후 미소짓는 어르신 보면 뿌듯해요
20년째 장애인·거동불편 어르신 찾아 이·미용봉사
한달에 한번은 기본·일주일에 3~4차례 나눔 실천
봉사 후 느끼는 ‘보람’은 삶의 또 다른 활력소
 

진현진 갤러리 헤어샵 대표가 지역에 거주하는 한 어른신에게 미용 봉사를 해 드리고 있다.

반복된 일상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로 헤어스타일링을 꼽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외모적 단점 또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도 헤어스타일링을 고민할 때가 많다. 하지만 비장애인 또는 젊은이들에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 헤어스타일링은 장애인 또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통상 헤어샵 또는 미용실 등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에 제한적인 소외계층이나 장애인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에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헤어스타일링. 이를 20여년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머리를 손질해 주는 천사가 있다. 광주 서구 치평동 헤어샵 ‘갤러리’대표 진현진씨가 바로 그 주인공.
 

진현진 갤러리 헤어샵 대표는 일주일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3~4 차례 미용 봉사에 나서며 나눔의 의미를 전달하는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35년째 미용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진현진(54) 대표는 “헝클어진 머리를 말끔히 정리해 드리면 환하게 미소 짓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봉사의 참맛,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 주민자치위원을 맡고 있는 진 대표는 한달에 한번 이·미용 봉사에 나선다. 그는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는 매월 1차례 봉사를 기본으로, 광주 서구청 무한돌보미와 국민건강관리공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서구 관내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미용 봉사를 펼치고 있다.

진 대표는 “사실 우리 주변엔 복지 사각지대에서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이 많다. 이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이 미용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며 “그동안 제 손을 거쳐간 어르신들을 다 셀 순 없지만 그분들의 미소 띈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고 또다시 봉사에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남들에겐 미용 봉사가 단순 머리 손질로만 생각 될 수 있지만 일부 상황에 따라 만만치 않기도 하다.

치매어르신의 머리를 깎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르신이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는가 하면, 체격이 큰 중증장애인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손으론 머리를 받쳐 들고 누워있는 환자의 몸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깎기도 한다. 어떤 분은 머리 손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버럭’ 성질를 내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상태 그대로 졸고 있는 어르신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한다.

이처럼 고난의 연속인 상황 속에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려는 진 대표는 “소소한 마음으로 나누는 이·미용 봉사는 내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소외계층, 장애인 등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현진 갤러리 헤어샵 대표는 한달에 한번 서구 지역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손재주가 좋았던 진 대표는 다른 사람을 꾸며주길 좋아하는 특성을 살려 1987년 미용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많은 남성들이 미용분야에 진출해 헤어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1980년대엔 미용을 시작할 당시에는 남성 헤어디자이너가 드문 시절이었다. 당시 사회에서는 ‘미용업=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특히 강했다. 당연히 남성 미용사에 대한 편견도 심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대표는 자신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사람마다 개성을 살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그만의 특유의 헤어스타일링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이끌어내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역 미용업계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앗다.

그는 선후배 동기들의 지지속에 지난 2017년 사단법인 대한미용사회 광주서구지회 지회장을 맡게 됐다. 진 대표는 이 회원들과 함께 광주 외곽지역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는 이·미용 봉사에 나서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미용실을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 내 미용 기술을 보유한 회원들을 엮어 미용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한달에 한번 기본 봉사를 펼치며, 일주일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3~4 차례 봉사에 나설 때도 있다. 이 같은 빡빡한 봉사활동으로 본업에 지장 받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 대표는 “몸에 벤 습관 중 하나”라며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혹은 내 몸이 아프더라도 미용 봉사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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