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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 전남 순천시장의 남도일보 지자체장 칼럼
반려나무 갖기...1천만그루 나무심기

기사승인 2019.03.27  2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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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나무 갖기…1천만그루 나무심기
허석(전남 순천시장)

 

초로의 남녀가 맑은 하늘 아래 무성한 숲 속의 제법 튼실한 나무 곁에 서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무심한 듯 이야기하는 모양을 보니 부부임이 확실하다. 둘은 나무를 멀리서 찬찬히 훑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느라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호기심이 생긴다. 부부가 서있는 곳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고 풍경이 빼어난 곳도 아니다.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 곳에서 저렇게 오래 있으면서 이야기를 할까. 두 사람에게 저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저 나무는 30년 전 부부의 첫째가 태어난 기념으로 심은 아이의 반려나무란다. 두께는 검지 손가락만하고 어른 허리 춤에 겨우 닿던 묘목은 이제 부부가 양팔을 벌려도 서로 손이 닿지 않는 거목으로 자라났다. 이 나무의 주인인 아이도 삼년 전에 결혼해서 벌써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지금은 외국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보고 싶을 때마다 이 나무를 보러 오면 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한다. 화상통화도 좋지만 요즘에는 이 나무를 두고 부부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좋아진다. 지금부터 30년 후, 2046년 순천의 어느 곳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광경이다.

순천시는 2026년까지 시 전역에 1천만그루의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탄생목을 심는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1천만그루 나무심기가,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는 시민 개개인의 반려나무로 확대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할과 더불어 장묘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다.

1천만그루 나무심기는 단순하게 이곳 저곳 빽빽하게 나무를 심자는 것이 아니다.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 1천개의 삶의 궤적과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나무를 심는 것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의연하게 서있는 나무에게 내가 기뻤던 순간과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투영하자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할 때 나무를 심고 둘 사이에 아기가 생기면 나무를 심는다면 온 도시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나무로 울창해 질 것이다. 짝이 되는 벗을 반려라고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서있는 나무야말로 반려라는 단어에 가장 맞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28만명의 순천시민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반려나무를 갖는 상상을 한다.

요즘 미세먼지는 재난이라고 할 만하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 공동으로 미세먼지 저감조치 긴급대책을 지시했고 이와 관련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도 재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하고 어린이집과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지급했다. 할 수 있는 단기대책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시행했지만 미래를 위한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의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질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다. 도시숲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를 빌리자면, 도시의 나무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순천시가 1천만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조상의 무덤을 잘 써야 후손이 잘 산다는 믿음 때문에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산은 올록볼록 무덤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 국토의 1%가 묘지이고 전체 공장면적의 3배라고 하니 이대로 방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1천만그루 나무심기는 이러한 장묘문화를 개선하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매장 일변도이던 장묘문화가 점차 화장으로 옮겨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납골을 땅에 묻어 봉분을 만드는 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토를 잠식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는 호화로운 장묘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수목장이 있다. 무덤 대신 나무를 심어 후손들이 선조를 기리는 것이 기존의 장묘문화보다 정성이 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수목장에 쓰인 나무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도시의 생명숲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나 더, 순천의 1천만 그루 나무심기는 1천만 그루라는 수치에 주목하지 않는다. 스토리가 담긴 나무를 심는 일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속도전으로 추진할 사항이 아니다. 시민이 편하게 숨 쉬고 기억을 반추하는 공간을 만드는 미래지향적이고 즐거운 일이다. 순천시는 이토록 의미 있는 일을 건강한 시민과 함께 느리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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