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광주역 가상현실 체험관

광주광역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광주역내에 마련한 AR(증강 현실)과 VR(가상현실)체험관이 찾는 이가 없어 개점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AR·VR을 즐길만한 사람이 없는 곳에 설치된 것이 이유다. 대표적인 예산낭비로 지목되고 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5월부터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역사 내 500㎡ 유휴공간에 비즈니스 라운지와 테스트베드존, 체험관 등의 시설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문을 연 체험관 일대는 통과지점이어서 오락을 즐길만한 공간이 아니다. 또 AR·VR체험에 흥미를 느낄 젊은 층 유동인구도 적어 장소선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콘텐츠 역시 흥미가 떨어지는 ‘한물 간 것’들이어서 사실상 광주역사에 설치된 AR·VR를 체험하러온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코레일 측과 1년분 장소임대료 계약을 2천700만원에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4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깡통’과 같은 시설을 만들고 여기다 매달 22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실적위주의 전시행정 때문이다. 일반인 AR·VR체험사업자라면 결코 영업장을 만들지 않을 곳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체험관을 만들었다. 자신의 돈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이다. 또 흥미와 호기심이 떨어지는 콘텐츠로 문을 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돈이 아닌,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AR·VR에 흥미를 느끼게끔 하려면 광주시민의 일상이나 혹은 5·18과 같은 특별한 사건을 소재로 해 대중적인 장소에 체험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했다. 가령 무등산 입구에 체험관을 만들어 입석대나 서석대를 등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설치했다면 큰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또 사무실 근무자들이 많은 상무지구 등지에 풍암·운천저수지를 배경으로 해 실제 산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체험관 부스를 만들었다면 대단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콘텐츠로, 사람도 없는 외곽지대에 체험관을 만들고, 전문체험관보다 훨씬 비싼 이용료를 받았으니 ‘텅 빈 체험관’이 될 수밖에 없다. 전시행정이 빚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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