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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기사승인 2019.04.14  1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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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3부 광해시대 1장 역사 청산 <314>

조선인 투항자는 모시던 상관이 임진왜란 공훈록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품고 대들다 탈출한 어느 장수를 따라 함께 도망나온 부장 김말대였다. 그는 함께 탈출한 장수 이름은 굳이 대지 않았다.

“임진왜란 공훈록을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가? 조선 왕이 죽었다고 하니 김말대 부장이 분을 삭히지 못하는군.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하는데 못했다는 것이오.”

다이샨이 물었다.


“공훈록에 한이 맺혀서 내가 다이샨 군관에게 말했소.”

김말대가 받았다.

선조는 의주로 피난갔다가 환궁한 뒤 맨먼저 한 일이 호성공신을 정한 일이었다. 그는 수행원 가운데 86명을 호성공신 공훈을 주었다. 이 가운데 내시·교꾼, 말먹이 하인, 이마(마부와 어가 담당) 별좌, 사알들에게도 공훈을 내렸다. 그들에게 벼슬을 올려주고 사패지를 하사했다. 호성공신 중에는 무공(武)을 떨친(宣) 선무공신 18명과 충청도 공주에서 일으킨 이몽학의 난(1595년)을 진압(淸)한 청난공신 5명에게 작위를 내렸지만, 내시 24명과 이마(마부·어가 담당) 6명, 어의 2명, 마의 2명, 별좌 및 사알(왕명 전달자) 2명 등에게 더 많은 공훈을 주었다. 이 가운데는 빨래하는 궁녀도 포함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정충신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으로 따져도 이치·웅치전쟁, 행주대첩 등을 통해서도 당연히 공훈록에 올라야 했다. 공훈을 받기 위해 싸운 것은 아니지만 순서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묵살되었다. 이것을 도망자 김말대가 그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내시나 이마, 사알, 마의, 빨래터의 궁녀들에게 공훈을 주다니, 한심한 왕이야. 그렇게 하면 영(令)과 강(綱)이 서나?”

그러면서 김말대가 두 손을 들어 짝짝 박수를 쳤다. 야유를 보낸다는 박수였다.

“임금의 수발을 드는 자들이 직무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놓고 무슨 공신책록을 받느냐 말이다!”

다이샨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앞으로 그것으로 틀림없이 말썽이 생길 것이요. 왕이라고 해서 나라의 일을 사사건건 사유화하면 누가 승복하겠소? 태조대왕이 개국했을 때도 개국공신은 30명에 불과했소이다. 그 중에 태조의 수발을 든 환관과 시종이 끼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소. 무능해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주제에 무슨 호성공신을 86명이나, 그것도 제 일을 했을 뿐인 내시, 심부름꾼에게까지 공신 작위를 남발했는가 말이오. 왜란이 일어나자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왕이 고따구로 나라를 운영하니 안망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렸다!”

정충신이 소리쳤다. 말은 일견 맞지만 남의 나라 용병이 된 처지에 떠든다는 것이 비겁해보였다. 도망간 자는 경위야 어떻든 두 말이 필요없는 것이다. 그는 배신자일 수밖에 없다.

“내 말이 틀렸소? 내가 남의 나라로 도망가서 조국의 왕을 욕한다고 나를 비겁자로 보는 모양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할 말을 제대로 하겠소? 도망을 갔건, 남의 나라 용병이 되었건 옳은 말은 옳은 말인 것이요. 내가 듣기로 정충신 군관도 나라를 위해 큰 일 했소.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것도 지방에서 올라온 평민 출신이라고 해서 공훈록에서 제외했단 말을 들었소이다. 별좌·사알에게도 공훈을 준 것에 비하면 정충신 첨사는 상급 중에 상급이올시다. 그런데도 차별을 받았소. 그것이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오?”

“나는 공훈을 받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오이다. 임금이 도성을 떠나 몽진길에 오를 때 나라가 틀림없이 망할 것이라는 요사스러운 말이 퍼졌지요. 한양~의주에 이르기까지 그 많던 문무백관들이 이런 뜬소문에 한결같이 도망을 갔소. 하지만 환관, 어의, 액정원, 사복원, 마의, 별좌, 사알, 궁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감마마 곁을 떠나지 않았소. 그래서 임금님은 ‘사대부가 너희들만도 못하구나’ 하고 한탄하셨지요. 상감마마께옵서 의주 몽진길 내내 임금을 보필해야 할 명공대신과 사대부의 배신행위를 목도하시고 피눈물을 흘렸던 것이오. 그런 왕이었기에 지근거리에서 임금을 끝까지 지켜준 측근들에게 공신의 직위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자기 보신을 위해 줄행랑을 친 지체높은 벼슬아치들보다 천한 신분들이 의리있다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나라 일에는 천하고 귀한 신분이 기준이 될 수 없소이다!"

"그 말 잘했소.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요."

김말대가 이의를 달았다.

"임금을 보필하기만 하면 나라가 온전히 보존되오? 무능한 자를 보필해서 어디에 쓰겠소? 각처에서 자기 주어진 일을 한 사람들이 평가받아야지요. 자기 살겠다고 도망가는 임금을 보필한다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일 뿐이오. 그런 왕은 당장 죽여 없애도 좋소. 도대체 누가 우리를 배신한 것이오? 배신자는 바로 그자요. 그래서 잘 뒈졌소. 그리고 공훈록에 오른 이항복·정곤수·이원익·류성룡·윤두수 등 명망대신들에게도 책임이 있소이다. 이번에 왕이 죽을 때 함게 죽어야 할 자들이었소!"

"뭣이?"

정충신이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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