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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광주마당 이사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혁신

기사승인 2019.04.14  19: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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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혁신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늘 도전하는 후배가 있다. 성공한 일도 있지만 뜻대로 안되는 일도 많다. 그래도 계속 도전한다. 그 후배가 요새 ‘로컬 크리에이터’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검색해보니 ‘지역성과 결합된 고유의 컨텐츠로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이라는 설명이 눈에 띈다. 소위 요새 전국적으로 잘 나가는 동네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있다는 말이다. 광주로 보면 동명동, 양림동이 금방 떠오른다.

영국의 토트네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환마을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로 경제를 운영한다. 고속열차로 4시간 떨어진 런던에서 토트네스의 음식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도 이 지역의 큰 자원이다. 후배는 토트네스의 여러 가지 실험이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비슷하다고 했다. 말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성과 결합된 고유의 컨텐츠를 만들자’,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자’가 바로 그 것이다.

지난 여름 여행길에 나도 그 유명한 토트네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토트네스 파운드라는 마을화폐를 환전해 사용했다. 광장에서는 그 지역 농부들이 시장을 열었다. 슈마허 칼리지, 발도로프 학교, 대안학교도 둘러보았다. 안내판엔 동네 사람들이 여는 강좌와 모임의 전단지가 가득했다. 동네 양조장도 3개가 있었고 맛과 분위기가 제각각이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 청년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런던에서 큰 회사를 다니다가 ‘이게 사는건가?’ 하는 질문이 생겼다. 고향인 토트네스로 돌아와 슈마허칼리지를 1년 다니며 삶을 다시 설계했다. 그리고 매일 그 동네에서 생산된 것들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가게를 운영한다. 지금은 무척 행복하다고 활짝 웃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

내가 사는 마을엔 유명한 논이 있다. 주민들은 개구리 논으로 부른다. 버려진 논을 마을 사람들이 유명한 농업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여기 저기 상도 많이 받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도시에서 주민들이 두레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기계를 전혀 안 쓰고, 당연히 농약도 없다. 토종 종자로 농사를 짓고, 여기 저기 채종을 해서 토종 종자 도서관도 만들고 있다. 도시 농부들이 모여 시장도 연다. 한 후배는 새로운 식품 가공을 시작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개구리논은 마을에 있는 유치원과 학교들의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개구리논의 농사를 책임지는 청년은 요새 도시 이 곳 저 곳 텃논 작업장을 일구러 다닌다. 텃밭과 느낌이 확 다른 텃논이 이 곳 저 곳 생기고 있다.


마을이 제대로 살아나려면 마을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경제 위기로 삶이 위기에 처하는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우리 마을엔 음식 특화 거리가 있고, 수공예 작업장들의 거리가 있다. 아파트로 가득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소중하게 지켜 온 뒷산도 있다. 옛 길과 새로운 주택이 모여 있는 자연마을도 함께 있다. 이런 기반 위에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인 작업이 연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제대로 된 지역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마을 학교, 마을 에너지, 마을 돌봄교실, 마을 밥집, 마을 가게 등 필요한 것들이 많다. 마을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나 마을 기업,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여러 마을이 운영해 온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다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을 혁신, 로컬 크리에이터를 중심축으로 지역 혁신 전략을 다시 짜보면 어떨까.

며칠 전 마을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추모하는 피켓을 들고 리본을 나누었다. 학원을 오가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많았다. 4·16 이후 새로운 교육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았지만, 낡은 교육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하다. 방과후에 창의적인 활동이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다. 그래서 특별한 부모가 아니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 마을의 뜻 있는 주민들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방과후에 청소년들이 갈 곳이 마땅히 없다. 광주 전체를 통틀어도 마찬가지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려면, 지역의 창의적인 교육과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과 현장은 서로를 키우며 생태계를 이뤄가기 때문이다. 학교를 바꾸기 어렵다면 방과후 마을학교라도 창의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로컬 크리에이터를 어려서부터 연습하는 곳은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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