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하층민 차별 극복한 호남의 대표적 인물”
광주 출신…팔도부원수·포도대장 오른 조선시대 무장
금남로, 그의 군호 ‘금남군’에서 명명…개혁정신 기려
이순신 등 조선시대 ‘충무공’ 시호자 중 유일한 호남인
주로 접경지 근무·후손들 충남 거주로 고향에 덜 알려져

■본지 역사소설 ‘깃발’ 연재 이계홍씨 역사 특강

강의 하는 이계홍 소설가
이계홍 소설가가 24일 오전 광주시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충무공 정충신 장군은 광주 출신으로 하층민의 차별을 극복하고 팔도부원수, 포도대장까지 오른 호남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소설가 이계홍(전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씨는 24일 광주시공무원교육원에서 광주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광주 출신 충무공 정충신 장군’을 주제의 역사특강을 진행했다. 이씨는 특강을 통해 “광주 금남로가 충무공 정충신(1576-1636) 장군의 군호(君號) ‘금남군’을 따 명명하고, 그의 무공과 개혁 정신을 기린 만큼 그의 정신이 오늘의 민주화와 개혁의 상징 거리로서 일치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충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충신은 무인으로서의 업적은 물론 광주의 개혁 정신과 외교적 수완, ‘섬기는 리더쉽’을 갖춘 조선조의 명장이었다. 그러나 고향 광주에 의외로 덜 알려진 인물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충신은 이순신, 김시민 장군과 조선시대 ‘충무공’시호를 받은 9명 중 한 명이다. 이 9명 가운데 호남인으로는 정충신이 유일하다. 정충신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만 16세의 나이로 광주 목사 권율 장군의 장계를 몰래 숨겨 압록강 변경 의주로 피난 가 있는 선조에게 전달해 중국으로 망명하려던 계획을 차단했다.

이씨는 “16세의 소년이 전라도 이외의 전 국토가 왜군에게 점령당한 감시망을 뚫고 한지로 되어있는 장계를 찢어 새끼를 꼬아 삼태기로 만들어 메고 의주로 숨어들어간 기지를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장계는 광주목사 권율 장군이 왜란이 일어나자 전라도절제사로 임명돼 관군을 이끌고 이치령(충남 금산-전북 완주로 넘어가는 고개)과 웅치령(전북 부인-전주로 넘어가는 고개) 전투에서 왜군 6군단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군대를 무찌르고, 왜군이 병참기지화하려 했던 호남을 지켜 일본군을 물리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정충신이 사선을 넘어 왕에게 장계를 전달한 임무를 완전무결하게 수행한 것은 그의 활동의 시작일 뿐”이라며 “그 후 무인으로서의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행주성 전투 승리, 이괄의 난 제압, 유흥치 난 격퇴 등이 정충신의 대표적 전과다. 이괄의 난 때 안현전투(서울 안산)를 승리로 이끈 공적으로 왕으로부터 ‘금남군’ 군호를 받았으며, 사후 50년 후인 숙종 시대에 충무공 시호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이씨는 “충무공 시호를 받은 인물 중 평생 군인으로 일생을 마친 사람은 이순신과 정충신 두 사람뿐”이라고 설명했다.

정 충무공인 고향인 광주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씨는 “정충신은 하층민 출신이기 때문에 사대부로부터 차별받기도 했지만 굳굳하게 이겨낸 끝에 팔도부원수, 포도대장까지 오르게 됐다”며 “그래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각돼 그의 일생에 대한 전설과 일화가 유독 많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그의 업적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이씨는 먼저 정충신의 근무지에서 찾았다. 이씨는 “정충신 장군은 평안도 선사포 첨사를 시작으로 함경도 함흥 부성(府城) 총관, 조산보 만호, 보을하진 만호 등 두만강과 압록강 변경을 수십년간 지켰다”며 “ 고향에서는 소년시절 광주목영의 지인(잡인) 이외 근무한 적이 없다. 그래서 고향에서는 실체는 없고 전설적인 모습만 그려져 묻힌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정충신의 묘소가 그의 공을 기려 내린 사패지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정충신의 사패지는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있다. 또 그의 후손들도 지곡면에 있어 상대적으로 광주에 덜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다산 정약용의 경우 주 활동 무대인 강진과 출생지인 남양주에서 공동사업을 펼치는 것과 같이, 정충신 장군도 출생지인 광주와 묘소가 있는 서산시가 공동으로 현창 사업을 펴는 게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씨는 남도일보에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 ‘깃발’을 25일 현재 322회째 연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약 600회 예정으로 정충신 장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나갈 계획이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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