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목포∼부산) 전철화 염원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 동행
‘느려도 너무 느리다’… 차별 상징·일제강점기 그대로
하루에 단 한번 운행…42개 역 정차 388㎞ 6시간33분 동안 달려
광주∼순천 구간 1930년 이후 유일 단선 비전철 ‘안전문제’우려

경전선 전철화 필요성 홍보를 위해 27일목포와 부산 간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보는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 모습.

‘경전선’, 호남지역민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고 한다.‘벌교 장, 앵남역, 새벽기차를 탄 통학생, 남광주 역전 어물전….’지역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낭만과 추억을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픈 사연이 많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은 중앙·호남·경부선과 함께 전국 4대 간선 철도망으로 간주한다.

경전선 가운데 광주 송정∼순천 구간은 단선 비전철로 1930년 일제강점기 개통 이후 아직까지 개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경제성 논리에 막혀 사업이 수십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호남 소외의 상징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남부 신경제권 형성을 위한 영호남 주민들의 염원이 더욱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지난 27일 김영록 지사가 직접 전남 목포역~부산 부전역 간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보는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에 나섰다. 남해안의 동서를 잇는 경전선 전철화의 간절함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2시간 거리→ 장장 6시간33분

경전선 철도를 타 보기 위해 무궁화호 열차에 동행했다. 기차는 목포를 출발해 한 시간 정도 호남선을 달려 송정리역을 도착한다. 10시 30분에 광주송정역을 출발하면 서광주역, 화순역, 보성역, 벌교역을 경유해 2시간 20분 후 순천에 도착한다.

호남지역의 광주 송정~순천구간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건설한 단선 비전철 굴곡노후선로를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같은 고속도로의 한쪽구간은 8차로 포장도로인데 반해 다른 구간은 비포장 2차로 도로를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철로의 모습은 그대로다. ‘덜커덩 덜커덩’산과 들을 돌고 돌아 높은 언덕을 오르고 내려 달렸다. 비탈과 굴곡이 심한 구간이다 보니 오르막에서 차륜 공전이 발생하고 내리막 구간에서는 자연 정차에 따른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안전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목포와 부산을 오가는 무궁화호열차는 하루에 단 한 번 운행된다. 광주송정역, 화순역, 보성역, 순천역, 광양역 등 42개 역에 정차하면서 388㎞의 거리를 장장 6시간33분 동안 달렸다. 각 구간마다 각 시군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은 현수막을 들고 ‘경전선 전철화’를 염원했다.

하루빨리 전철화해 KTX가 운행된다면 2시간여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6시간 이상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호남 간 인구나 산업기반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동일 노선의 시설격차로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전선 각 구간마다 각 시군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은 현수막을 들고 ‘경전선 전철화’를 염원했다.

◇영호남 차별 대표적 사례

이날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에는 김영록 도지사를 비롯해 도민 명예기자단, SNS 서포터즈단, 민원메신저, 생활공감 모니터단, 청년의 목소리, 대학생, 공무원 등 170여명이 함께 나섰다.

부산까지 가는 느림보 열차 안에서는 김 지사가 ‘전남 관광객 6천만 시대를 연다’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의 ‘국가철도망 구축 방향 발표’에 이어 전남 관광 현안과 경전선 전철화 필요성에 대한 분야별 토론회도 이어졌다. 느림보 열차 체험 전 과정은 전남도 누리집에서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전철화 필요성에 대한 주민의 공감대 형성 및 관계 부처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도 호남소외의 상징으로 불리는 경전선 호남구간 전철화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남북 화해 무드에 힘입어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마저 진행되면서 90년 가까이 단선 비전철 구간으로 남아있는 이 구간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호남소외의 상징으로 불리면서 지난 2005년부터 광주 송정~화순 이양~보성~순천을 잇는 116.5㎞에 2조304억원을 들여 해당구간을 전철화하는 사업이 추진됐지만 지금껏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만난 한 도민은 “경전선 호남권역인 광주 송정~순천 구간은 일제 강점기 건설 이후 80여년 동안 단 한번도 개량되지 않은 단선 비전철 구간으로 영호남 차별의 대표적 사례다”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철도 현대화 및 남북철도 연결 공동조사가 현실화된 지금, 정작 북한 상태로 방치된 경전선 전철화 사업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조속한 착공을 촉구했다.
 

27일 목포와 부산(388km) 간 무궁화호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에 나선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부산 종착역인 부전역에 도착, 오거돈 부산시장과 환영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속한 ‘예타통과’촉구

6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부산 부전역 앞에서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의장, 재부산호남향우회장, 부산 바르게살기협의회장 등 4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반갑게 환영했다.

전남도-부산시는 하나같이 남해안 광역벨트 조성을 위한 상생발전협약 차원에서 경전선 전철화사업 추진을 위해 약속했다.

궁극적으로는 남부의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경전선을 고속화, 광주에서 부산까지 2시간대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특히 남부 권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호남선과 경전선을 고속화로 연결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래야 남부 지역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 영호남의 상생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안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더 많이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광역시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가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해 선정된 사업 8개 중 비수도권 사업에 광주송정∼순천 단선전철 건설사업이 포함됐다.

경전선 광주 송정∼순천 구간 고속 전철화사업이 조속히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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