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천사대교 개통 한달, 어떻게 바뀌었나

베일 벗는 남도 섬 ‘자연 그대로’…몰려드는 사람들 ‘들썩들썩’

이미 30만명 집계 지난 한해 방문객 넘어서 ‘북새통’

주말·휴일땐 20분 거리를 1시간40분~2시간 소요

비좁고 우회로 없어 농민들 안전사고 무방비 ‘옥에 티’

전남 서남해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한 천사대교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를 연결하면서 신안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천사대교와 신안의 보물섬들이 전남의 새로운 관광메카로 거듭나기 위해선 관광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천사대교 전경. /신안군 제공
천사대교 개통으로 전남 신안군 일대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달 4일 개통 이후 한달여간 천사대교와 연결된 암태·자은·팔금·안좌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 한해 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를 넘어섰을 정도로 천사대교와 신안 섬을 찾기 위한 인파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상인들도 덩달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천사대교가 전남 서남해안의 숨겨진 보물섬들을 이어줬다며, 재방문을 예고하기도 했다. 천사대교가 전남 동부권에 치우쳐 있던 지역 관광지도를 바꿀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인파 끌어들인 천사대교와 보물섬

8일 신안군에 따르면 천사대교 개통으로 암태·자은와 팔금·안좌도를 찾은 관광객이 4월 한달 동안 3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관광객이 17배나 급증한 수치다. 천사대교를 오가는 차량도 평일 8천여대 주말과 휴일 1만4천여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천사대교로 몰리는 이유는 뭘까? 물론 국내에서 네번째로 긴 웅장한 교량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베일에 쌓였던 섬들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천사대교를 건너 신안을 찾은 방문객들은 하나 같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감동하기 일쑤다.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 암태도 해안은 물론 그 곁을 지나는 장대한 방조제 길은 이미 트래킹, 자전거 동호회 사이에선 환상의 코스로 불리기도 한다. 바위산과 백사장이 조화를 이룬 자은도에서 바라본 바다는 비경 그 자체다. 전원 풍경을 간직한 안좌도 역시 평온한 휴일을 보내는 데 안성맞춤이다.

어린이날 연휴 천사대교를 찾았다는 박중현(33)씨는 “가족들과 함께 연휴 때 어디에 갈지를 고민하다가 천사대교 개통으로 이어진 신암 섬들을 찾았는데,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며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안군 자은면 분계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노을과 여인송.
◇“20분 거리를 1시간 40분에…”

천사대교 개통 이후 전남 서남해 관광 메카로 급부상중인 신안군엔 큰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주말과 휴일때 마다 반복되는 차량들의 거북이 행렬이다. 천사대교에 예상을 뛰어넘는 차량과 인파가 몰리면서 평소 20여분이 소요되는 압해면 신안군청~암태면 신석리, 송곡리 20여㎞ 구간은 주말과 휴일 1시간 40여분~2시간 가량이 지체되는 실정이다.

특히 꽉 막힌 차량 행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마을 길을 아는 지역민들이 농로로 우회하면서 일부 농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암태면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두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비좁은 마을길까지 차량들이 들어와 농사에 불편을 겪는 분들도 있다”며 “농번기에 혹시 어르신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천사대교를 찾았다가 거북이 차량 행렬을 경험한 관광객들이 다시 여기를 찾지 않을까봐 걱정될 정도”라며 “시간이 갈수록 방문객 수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지역민과 방문객 편의를 위해서 하루빨리 도로시설 등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지체와 더불어 압해읍과 4개 읍·면 공영주차장은 629개 면에 그쳐 주차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우려에 신안군도 도로 확장에 팔을 걷었다. 먼저 천사대교 관문인 압해도의 열악한 도로 환경 개선을 위해 압해읍 신장리~복룡리 10.71㎞ 구간을 오는 2023년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압해도 월포리에서 송공리까지 5.41㎞ 구간도 오는 8월까지 정비한다.

바다와 전원마을이 어우러진 신안군 안좌면 사치도 전경.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천사대교 개통과 함께 지역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일이면 밀려드는 손님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암태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천사대교 개통으로 매출이 10배 가까이 뛰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상인들에겐 천사대교가 효자 중에 효자인 셈이다.

압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천사대교 개통 이후 식당 운영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며 “늘어난 손님을 받기 위해 식자재를 이전보다 많게는 20배 넘게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사대교 개통 효과가 지역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음식점 등 편의시설 수가 너무 적은데다, 관광 인프라 또한 부족해 이른바 돈이 되는 ‘체류형 관광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4개 면 숙박시설의 하루 수용인원은 1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의식한 신안군도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남도의 관광기금을 신규 숙박시설 건립에 우선 배정하고 민박 개보수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관광 인프라 보완을 위해 자은면 백길해수욕장에는 70면 규모의 국민여가 캠핑장을 조성한다. 안좌도에 미술관과 화석 광물 박물관을 건립하고 농촌테마공원을 지어 관광객들의 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천일염 주산지 명성에 걸맞게 치유실, 체험실, 세미나실, 부대시설 등을 갖춘 ‘솔트&머드 웰니스 센터’를 오는 2021년 완공하는 등 명실상부 관광 메카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여행업체 한 관계자는 “신안이 간직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찾는 관광객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방문객들이 몰려드는 호기를 맞아 보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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