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동부권 통합청사 건립 ‘진통’…지자체 간 갈등 증폭

여수·광양시, 부지 선정 평가 기준 변경 요구

“순천시에 유리하고 공정성 결여됐다” 주장

광주전남연구원 “평가 기준 변경 없다” 결정

순천에 있는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전경.
전남도 동부권 통합청사 건립을 신청한 여수·광양시가 “부지 선정 평가 기준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며 평가 기준 변경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지자체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입지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전남도의 의뢰를 받아 동부권 통합청사 건립 후보지 평가에 나선 광주전남연구원은 10일 회의를 열어 여수시와 광양시가 “동부권통합청사 후보지 선정에 평가기준이 순천 신대지구에 유리하고, 여수와 광양에는 불합리하게 만들어졌다”며 지난 2일 제출한 이의신청서를 검토했다.

회의에 참석한 평가 위원들은 “심사숙고해서 만든 기준을 변경하면 오히려 공정성을 위반할 수 있다”며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전남도로부터 동부권 통합청사 후보지 선정 용역을 위탁받은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난달 5일 ‘선정 부지 심사위원회’를 꾸려 부지 선정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위원 12명을 위촉해 ‘평가기준 및 세부내용’을 마련해 최근 공표했다.

구체적 항목으로는 개발여건 30점, 사업추진지원여건 10점, 부지현황 15점, 접근성 20점, 편의시설 연계 15점, 주변환경 여건 10점 등 총 10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해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여수시와 광양시가 “평가기준이 순천시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양 시는 구체적으로 “금융권 및 행정시설, 상권 생활권 등 편의시설 연계성과 부지확보 용이성은 시유지인 순천 신대지구 부지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기준”이라며 “지역 상생발전과 공공기관 소외도 등에 대한 배점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지조성 비용과 조건 등 경제성 및 지자체 차원의 건립·지원 계획에 대한 배점 기준을 반영하고,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촉진과 성장 잠재력 부분에 대한 평가기준을 새로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율촌 동양아파트 인근지역을 건립부지를 정하고, 택지개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산단에 299사가, 율촌1산단에 141개사가 입주해있는 여건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남도동부지역본부와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등 전남도 산하 공공기관이 순천에만 5개가 있는데 동부권통합청사가 순천시로 간다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양읍 도청마을 인근을 건립부지로 유치하기 위한 준비에 뛰어든 광양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원계획이나 공공기관소외도, 광역발전효과, 행정수요에 대한 평가기준과 점수배분 없이 특정 시에 유리한 선정기준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3개시의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광주전남연구원에서 기준 위원들의 신상이나 출신지를 일체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명으로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정한 것으로 안다”며 “순천시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을 정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광주전남연구원이 평가 기준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광양시와 여수시가 신청 철회를 검토하는 등 사실상 ‘보이콧’할 뜻을 밝히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평가 기준을 보면 모두 통합청사 부지를 마련한 특정 시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은 만큼 신청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도 “평가 기준이 수정이 안 되면 신청해봤자 특정 시를 위해 들러리를 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이콧할 뜻을 밝혔다.

반면, 순천시는 광주전남연구원이 평가 기준을 유지하기로 하자 반기는 분위기다.

순천시 관계자는 이의신청에 대해 “시험으로 치면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바꿔 달라는 것과 같다”며 “전남 동부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원래대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 주민들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민들의 소통·문화 공간역할을 할 전남 동부권 통합 청사가 애초 건립 취지와 달리, 지역사회 ‘분열’과 ‘갈등’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전남도는 김영록 도지사의 선거 공약인 동부권통합청사 건립부지를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동부권통합청사는 기존의 동부지역본부를 포함해 보건환경연구원 동부지원, 도로관리사업소 동부지소, 동물위생시험소 동부지소, 전남신용보증재단, 도청 1개국 등이 입주하게 된다.

기존 산하조직 직원 160명을 비롯해 신규로 배치될 도청 직원 100명 등 총 260명이 상주하게 된다.

3만3천여㎡ 부지에 건물 3개동(건축 연면적 9917㎡) 규모로 공사비와 설계비를 포함해 325억 원이 투입돼 건립되며 2022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전남도는 광주전남연구원에 의뢰한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올 하반기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초 실시설계에 착수해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간다는 복안이다. 기본계획수립용역은 오는 8월18일까지 완료된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최연수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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