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에 쓴 남도일보 독자의 시-故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임이여 어디로 가시는가요?

<김성대 ·전남 나주문인협회장, 前 남도일보 편집자문위원>
 

너무 슬퍼 이제 왔습니다

손발이 떨려 글이 쓰이지 않습니다

마음을 추스릅니다

자꾸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려 쏟아지는 장맛비 같습니다

오늘 내 사랑 바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가슴에 묻어두고 내 곁을 떠나갔습니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서

어둔 곳에서, 희망의 끈을 심어준 임이시여 어디로 가시는가요?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몸소 실천해

모든 이에게 자화상을 보여주었던 내 사랑 바보님이시여!

굴곡 많은 삶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던 일들이

귓전에 울리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들이 비웃겠습니까?

의로운 싸움에 얼마나 외로웠으면 결국 이루지 못함을 간직한 채로

노란 국화송이 휘날리며 그렇게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갔습니까?

결코,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회한悔恨을 어떻게 치유해야 합니까?

바람이 불면 또 도망갈까 두려워 더욱더 마음이 아파져 옵니다

이제는 어떻게 볼 수가 있을까요

우리의 염원을 담아서일까요?

끝없는 눈물 눈물 눈물이……

끝없는 조문 행렬이

끝없는 노란 물결 물결 물결이,

야생마같이 폭풍처럼 살다가

때론 저항도 했고 때론 절망을 했을 때도

들꽃처럼 쓰러지지 않았던 날들,

아~~~

그 누가 미래 한국의 새로운 지평선을 만들어 나갈까요?

이제 응어러진 구석구석을 뒤집어 꺼내 모두 털고 가소서

잠들어 계시는 그곳에서 모든 게 내 탓이라던 당신,

편히 눈을 감으소서!

우리의 대통령이셨던 당신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게 다 내 탓이란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사랑 바보 대통령님은 가셨어도

남아 있는 정들은 그대로입니다

국화꽃 향기 진하건만 내 사랑 바보를 위한 진혼곡도 구슬퍼라

임이 남기신 흔적이 더욱더 그립습니다

짧은 한 편의 영화같이 살다간 그 열정을 어디다 토해낼까요?

우리의 오열이 김해 봉하에서 서울 대한문까지 울려 퍼집니다

아직도 못다 한 일 남겨두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저 세상으로

비통悲痛하지만, 발걸음 가볍게 하고 고이고이 가시옵소서!

남기신 그 깊은 뜻의 고귀한 마음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길이길이 불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9년 5월 23일 애통하여 잠이 오지 않은 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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